유족, 항의뜻 사망신고 안해 발송
“소관기관이 배려했어야” 지적도
지난 2일 세월호 희생자 단원고 유예은양의 아버지인 유경근(48)씨는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예은양 앞으로 보낸 ‘자궁경부암 건강검진 안내문’을 받았다. 1997년생인 예은양은 살아있다면 올해 만 20세로 검진 대상이다. 유씨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건강검진 안내문 사진과 함께 “아무 소용없는 검진표이지만 잠시 예은이가 살아있다는 착각에 빠져본다”는 글을 올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에게 정부기관의 이런 공문이 발송된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월 병무청에서 단원고 희생 남학생 92명에게 징병검사 대상 안내문을 보내 논란이 됐다.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87조에 따르면 재난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이 있는 경우 이를 조사한 관공서는 지체 없이 사망자의 시ㆍ읍ㆍ면의 장에게 통보해야 한다. 이 때문에 참사 당시 해양경찰청이나 국무조정실 등 세월호 참사 소관 기관이 우선적으로 희생자를 조사해 처리했어야 한다는 비판이 있었다.
예은양에게 안내문이 발송된 것에 대해 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행정자치부에서 관리하는 주민등록 전산망을 기초로 검진안내서를 발송하는데 이들이 행정 기록상 사망신고가 되어 있지 않아 발송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예은양 외에도 희생자 중 상당수는 사망신고를 하지 않았다. 사태를 악화시켜온 정부에 대한 항의의 뜻이 크다. 국무조정실 산하 4ㆍ16세월호참사피해자지원 및 희생자추모사업지원단 관계자는 “병무청 안내문 발송 논란 후 지난 총선 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미리 알려 투표안내서가 발송되지 않도록 조치를 취했다”며 “유가족들이 사망신고를 안 하는 상황에서 개인정보에 대한 동의 없이 모든 관공서에 사망자 명단을 통보하긴 힘들다”고 말했다.
그래도 정부가 유가족들의 상처를 들쑤시지 않기 위해 조금 더 배려를 할 수 있는 부분이 있지 않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지원 변호사는 “세월호 같은 대형 재난 사고의 경우 유가족들이 트라우마나 항의 표시 등으로 사망 신고를 하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재난구호법 등에서 물품지원 외에 행정지원 업무까지 포함해야 유가족들이 상처를 입지 않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hyun162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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