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협·김진현 새로운 피 발탁
주전 두지 않고 팀내 경쟁 유도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출신답게
지지 않는 '질식 축구' 선보여
울리 슈틸리케(61ㆍ독일)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이 ‘떴다’. 지휘봉을 잡은지 불과 4개월만이다. 1960년 서울 대회 이후 55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는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5경기 무실점 전승을 거두면서 결승에 오르는 ‘마술’을 부렸기 때문이다. 슈틸리케 감독의 ‘지지 않는 축구’ 색깔에 대해 네티즌들은 ‘실학(實學) 축구’, ‘질식 축구’라는 극찬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27일 “지난해 브라질 월드컵에서 값비싼 대가를 치렀던 한국이 슈틸리케 감독 부임 이후 달라졌다”면서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 축구의 새로운 르네상스를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한국 축구는 2014년 6월 브라질 월드컵에서 1무2패의 초라한 성적으로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깊은 수렁에 빠졌다. 하지만 슈틸리케 감독은 부임한지 4개월 만에 한국 축구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구성할 때 이름값이 아닌 실력만 봤다. 경기력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박주영(30ㆍ알 샤밥)을 배제하고 이정협(24ㆍ상주 상무), 김진현(28ㆍ세레소 오사카) 등 새로운 피를 깜짝 발탁했다. 처음으로 국가대표 뽑힌 이정협은 이번 대회에서 두 골을 뽑아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김진현도 주전 경쟁에서 승리하며 최고의 골키퍼라는 훈장을 달았다.
슈틸리케 감독은 한국이 브라질 월드컵에서 실패한 이유를 위기 관리 능력 부족으로 봤다. 기량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았지만 팀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이 부족했다는 분석을 했다. 브라질 월드컵에서 30대는 곽태휘(34ㆍ알 힐랄) 1명에 불과했다. 그나마 곽태휘는 브라질 월드컵에서 1경기도 뛰지 못하고 벤치만 지켰다.
이번 아시안컵에서는 30대 선수가 5명이다. 차두리(35ㆍFC 서울)와 곽태휘, 이근호(30ㆍ엘 자이시) 등은 손흥민(레버쿠젠), 김진수(호펜하임ㆍ이상 23) 등 어린 후배들을 이끌었다. 완벽한 신구의 조화를 이룬 슈틸리케호는 이전보다 더욱 강한 모습으로 태어났다.
슈틸리케 감독은 확실한 주전을 두지 않았다. 부상과 컨디션 난조라는 변수도 있었지만 최종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선수들을 고루 기용했다. 호주 아시안컵에 발탁된 23명 중 부상 중인 골키퍼 정성룡(30ㆍ수원 삼성)을 제외한 22명이 그라운드를 밟았다.
팀내 무한 경쟁을 유도하면서 실보다 득이 많았다. 베스트 멤버로 볼 수 있는 선수들은 혹사를 당하지 않았다. 22명이 제 역할을 해내면서 빡빡한 대회 일정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청용(27ㆍ볼턴)과 구자철(26ㆍ마인츠) 등 핵심 선수들이 조별리그 부상으로 대회를 조기에 마감하는 아찔한 순간도 있었지만 ‘플랜B’를 확실하게 가동한 덕분에 큰 위기 없이 27년 만에 결승 진출을 이끌어 냈다.
슈틸리케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스페인)의 명수비수 출신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을 맡은 뒤 수비 조직력을 가다듬는데 주력했다. 한국은 이번 아시안컵 5경기에서 7골을 넣고 480분 동안 무실점을 기록했다. 많은 골을 기록한 것은 아니지만 지지 않는 축구로 실리를 챙겼다.
노우래기자 sporter@hk.co.kr
[동영상] 슈틸리케, 한국축구 이렇게 바꿨다 (1월 27일 현재 8승 2패 13득점 4실점)
● 평가전: vs 파라과이 (2014.10.10)
● 평가전: vs 코스타리카 (2014.10.14)
● 평가전: vs 요르단 (2014.11.14)
● 평가전: vs 이란 (2014.11.18)
● 평가전: vs 사우디아라비아 (2015.1.4)
● 아시안컵 조별예선 1 (vs 오만)
● 아시안컵 조별예선 2 (vs 쿠웨이트)
● 아시안컵 조별예선 3 (vs 호주)
● 아시안컵 8강 (vs 우즈베키스탄)
● 아시안컵 4강 (vs 이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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