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원 차기 두산 회장 이어
LGㆍGSㆍ코오롱 등 차순위에
“폭넓은 국제 감각ㆍ합리성 강점”
“통찰ㆍ위기대처 능력 검증 안 돼”
박용만 두산그룹 회장이 박정원(54) ㈜두산 지주부문 회장에게 차기 그룹회장직을 넘기면서 재계 ‘4세 경영’ 시대의 막이 올랐다. 두산뿐 아니라 LG, GS, 코오롱 등 다른 기업들도 창업주의 증손들이 경영 일선에 전면 배치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에선 ‘젊은 피’ 가 가져올 긍정적 효과에 대한 기대와 함께 경험이나 통찰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4세 경영의 문을 연 건 박정원 차기 두산그룹 회장이다. 이에 따라 올해 창립 120주년을 맞은 두산은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기업이면서 가장 젊은 기업이 됐다.
박용만 회장이 갑자기 물러난 데 대해 일각에선 최근 계열사 두산인프라코어의 신입사원 희망퇴직 논란과 주요 계열사의 실적 부진에 따른 일종의 ‘분위기 쇄신용’ 카드가 아니냐는 관측도 내 놓고 있다. 이에 대해 두산 관계자는 “(박용만 회장이) 오래 전부터 승계를 생각해왔고, ㈜두산 이사회 의장 임기가 이달 말 만료 예정이라 적절한 시점이 올해라고 판단한 것”이라며 “그 동안 대부분의 업무도 (박정원 회장에게) 위임해왔다”고 밝혔다.
두산에 이어 4세 경영이 가시화할 것으로 점쳐지는 곳은 LG와 GS, 코오롱 등이다. 구본무 LG 회장의 친조카이자 양아들인 구광모(38) ㈜LG 시너지팀 상무는 이미 임원 2년차다.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이규호(32)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영진단실 상무보는 지난해말 임원을 달았다.
GS는 이미 4세 4명이 경영진에 포진하고 있다. 지난해 허남각 삼양통상 회장의 장남인 허준홍(41)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과 허창수 GS그룹 회장의 외아들인 허윤홍(37) GS건설 사업지원실장이 전무로 승진했다. 허광수 삼양인터내셔널 회장의 장남 허서홍(39) GS에너지 전력ㆍ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은 상무가 됐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인 허세홍(47) GS칼텍스 부사장은 2012년 GS 4세 중 가장 먼저 부사장이 됐다.
물론 두산을 제외한 다른 그룹들은 “경영 승계를 이야기할 때가 아니다”는 입장이다. 아직 3세 회장 사장들이 활발한 경영을 펴고 있기 때문이다. LG나 GS, 코오롱의 4세들이 모두 30,40대란 점도 아직은 4세 경영을 말하는 게 시기상조란 지적을 받는 이유다.
창업주나 2세들이 무(無)에서 유(有)를 만들어낸 기업가 정신으로 그룹의 토대를 닦은 반면 4세들은 이미 다져진 기반 위에서 경력을 쌓았다. 이 때문에 일각에선 통찰력이나 위기대처 능력이 의문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임효창 서울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저성장이 이어지는 국가경제 위기 상황에서 경영능력이 검증되지 않은 채 승계가 이뤄진다면 기업에게도 국가에게도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이른바 ‘금수저 흙수저’ 논란도 이들에겐 적잖은 부담이다. 금수저는 모든 걸 갖춘 부모에게서 태어나 어렵지 않게 높은 경제사회적 지위를 얻은 사람을 일컫는다. 경영일선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야 이 같은 논란에서도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환경이 과거와 전혀 달라진 만큼 오히려 젊은 경영인이 필요하다는 시각도 없잖다. 이병기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국내 기업들이 폭넓은 국제 감각을 갖추고 활기차게 사업을 이끌어갈 수 있는 합리적 리더십을 강화해야 할 때”라고 진단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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