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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배우들 이유있는 U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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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로" 배우들 이유있는 U턴

입력
2016.07.01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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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활동했던 윤계상(왼쪽부터), 전도연, 유지태가 tvN ‘굿 와이프’로 안방극장 문을 두드린다. 이정현 인턴기자
영화에 무게중심을 두고 활동했던 윤계상(왼쪽부터), 전도연, 유지태가 tvN ‘굿 와이프’로 안방극장 문을 두드린다. 이정현 인턴기자

‘칸의 여왕’이 안방극장에 돌아오기까지 11년이 걸렸다. 2005년 SBS 드라마 ‘프라하의 연인’을 끝으로 영화에만 전념해 온 전도연이 8일 첫 방영되는 tvN ‘굿와이프’로 시청자들을 다시 만난다. 배우를 활동 영역에 따라 ‘영화배우’와 ‘드라마배우’로 딱 잘라 나눌 수는 없겠지만, 전도연은 영화배우 중에서도 영화 이미지가 유독 강한 배우였다. 전도연의 달라진 행보는 드라마에 대한 배우들의 인식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전도연뿐만 아니다. 영화에서 드라마로 유턴하는 배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전도연과 함께 ‘굿와이프’에 출연하는 유지태와 윤계상도 드라마보다는 영화에 무게중심을 둬 온 배우들이다. 이병헌은 내년 SBS에서 방영 예정인 박경수 작가의 신작 ‘진격’ 출연을 적극적으로 검토했으나 영화 촬영 일정과 겹쳐 무산됐다. 출연이 성사됐다면 2009년 KBS2 ‘아이리스’ 이후 8년 만의 안방 복귀다. 강동원도 지난해 영화 ‘검은 사제들’ 개봉 당시 인터뷰를 통해 드라마에 대한 관심을 내비치기도 했다. 배우들이 드라마에서 인정받아 영화로 발을 넓힌 후엔 다시 드라마로 돌아오는 경우가 많지 않았던 과거와 비교하면, 최근의 분위기는 드라마에 한층 호의적이다.

100억대 영화 대신 드라마 택하기도

이유가 있다. 전 국민의 취미생활이 영화 관람이라지만, TV와 모바일로 언제든 볼 수 있는 드라마는 영화에 비해 훨씬 접근성이 좋다. 매주 방송되기 때문에 대중성과 인지도를 쌓기에 유리하다. 전도연은 지난 29일 제작발표회에서 ‘굿와이프’를 선택한 이유에 대해 “대중에 좀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은 마음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영화를 통해 크게 주목받은 한 배우도 100억원대 대작 영화를 비롯해 여러 작품에서 출연 제안을 받았지만, 차기작으로 드라마를 골랐다. 이 배우의 소속사 관계자는 “영화에서 연기력은 인정받았지만 아직 인지도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드라마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흥행 실패를 맛본 영화배우들에게 드라마는 재기의 발판이 되기도 한다. SBS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와 KBS2 ‘브레인’의 신하균은 각각 16년, 8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로 2011년 방송사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2012년 SBS ‘신사의 품격’으로 12년 만에 드라마에 복귀한 장동건도 전성기 시절 못지않은 인기를 끌었다.

갑작스러운 진로 변경의 위험은 수익성이 보완한다. 한 매니지먼트사 관계자는 “방송 회차가 많은 드라마가 영화보다 수입 면에서도 훨씬 낫다”며 “영화배우가 드라마로 넘어올 경우 출연료에 프리미엄이 많이 붙는다”고 귀띔했다.

그림 2 배우 신하균은 8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브레인’로 2011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그림 2 배우 신하균은 8년 만에 출연한 드라마 ‘브레인’로 2011년 KBS 연기대상을 수상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사전제작 시스템, 배우에게 동기부여”

드라마 제작 환경의 변화도 영화배우들의 드라마 복귀에 한몫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드라마 제작은 ‘생방송 촬영’과 ‘쪽대본’으로 악명이 높았지만, 요즘은 사전제작이 늘고 있다. 영화 현장에서의 만족감을 드라마에서도 경험할 수 있으니 드라마 출연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는 게 배우들의 설명이다. 2004년 방송된 KBS2 ‘미안하다 사랑한다’ 이후로 드라마와 멀어진 임수정은 최근 공식행사나 인터뷰 때 드라마 출연 의지를 내비치곤 했다. 임수정의 소속사 관계자는 “드라마도 영화처럼 사전제작이 자리잡아 가면서 배우가 연기를 충실히 준비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기 때문에 드라마 출연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사전제작이 늘고 있는 건 중국 시장의 영향이 크다. 한중 동시방영을 하려면 중국의 사전심의에 드라마 완성본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현재 ‘보보경심: 려’ ‘화랑’ ‘안투라지’ ‘사임당, 빛의 일기’ 등 여러 작품이 한중 동시방영을 목표로 사전제작 중이다. 한 제작 관계자는 “급격히 늘어난 제작비를 감당하려면 안정적인 중국 자본이 필요해 한중 동시방영이 추진되기 시작했는데, 중국 시장에서의 부가가치나 파급효과가 기대 이상으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배우들의 드라마 도전에는 이런 중국 시장에 대한 기대 심리도 상당 부분 작용한다. 이 관계자는 “드라마에서 역할이 크지 않아도 한류스타의 인기 덕분에 중국 내 인지도가 높아지는 걸 기대하는 배우들도 많다”며 “‘태양의 후예’ ‘별에서 온 그대’ 같은 인기 드라마가 배우들에게 자극이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드라마 제작 현장에서도 영화에서 실력을 다진 베테랑 배우에게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다른 제작 관계자는 “사전제작이어도 촉박한 일정상 방송 순서대로 촬영하지 못하고 특정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장면을 몰아서 찍는 경우가 많은데, 경험이 부족한 배우들은 각각의 상황에 맞는 감정 연기를 매끄럽게 하지 못해 드라마 완성도가 떨어지기도 한다”며 “앞으로 안정감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베테랑 배우에 대한 수요가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표향 기자 suzak@hankookilbo.com

영화배우 임수정은 최근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서강 기자
영화배우 임수정은 최근 영화 제작보고회에서 “좋은 드라마로 시청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서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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