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를 견인해온 제조업 성장이 멈췄다. 지난해 제조업 부문 매출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1961년 이래 5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했다. 한국은행이 제조업 12만2,097개를 대상으로 분석한 ‘2014년 기업경영분석’에서 제조업의 매출액 증가율은 2013년 0.5%에서 2014년 마이너스 1.6%로 떨어졌다. 외환위기 때인 1998년(0.7%)과 세계 금융위기 때인 2009년(2.2%)에도 성장을 멈추지 않았던 것에 비추면 충격적이다. 제조업 부진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국민소득 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수출이 확연히 감소하던 2012년부터 고도성장을 이끌던 제조업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우려가 나오긴 했다. 하지만 마이너스 성장이 수치로 확인되면서 우리 제조업은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한국은행은 원ㆍ달러 환율과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고 스마트폰 매출이 줄어든 때문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중공업 해운 등 거의 전 산업분야에서 실적이 뒷걸음질 치고 있다. 물론 세계적인 경기후퇴 조짐과 중국의 부진 등 대외적인 악재의 영향도 있다.
전체적인 추이로 볼 때 제조업 경쟁력은 일본에 밀리고 중국에 쫓기는 신세다. 이미 국내의 비싼 노동력과 각종 기업 규제를 피해 제조업의 상당 규모가 중국이나 베트남 등지로 건너간 지 오래다. 최근에도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LG전자 등은 중국 등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이는 결국 국내 제조업 공동화를 가속하며 경쟁력을 떨어뜨리고 있다.
이래서는 희망이 없다. 제조업 회생을 위해 경제 주체 모두가 달려들어야 한다. 우선 창업 1세대의 패기가 사라진 것이 문제다. 제조업 투자에 목숨을 걸던 창업 1세대와 달리 창업 2ㆍ3세대들은 유통망 확장 등을 통한 재래시장 잠식이나, 쉽게 돈 벌 수 있는 면세점 유치 같은 것에 집착한다. ‘정주영 신화’나 ‘스티브 잡스 신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기업이 먼저 기술혁신과 투자, 새로운 사업발굴, M&A 등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정부도 기업이 투자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고 산업구조조정을 서둘러 좀비 기업들을 정리, 산업에 새살이 돋아나게 해야 한다. 대우조선해양의 경우처럼 정부가 선제적 대응을 하지 않는 바람에 부실을 키운 기업들이 이미 상당수다. 지난해 빚이 있는 기업 26만개 중 8만개가 이자도 갚지 못하는 위기상황이다. 정치권도 싸움질을 그만두고 기업투자 활성화와 관련된 각종 법안들을 서둘러 통과시켜 제조업을 부활시키는 데 동참해야 한다. 더는 물러설 곳이 없는 절박한 위기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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