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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성철의 터ㆍ틀ㆍ판] 북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

입력
2018.08.19 11:11
수정
2018.08.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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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ㆍ북ㆍ미ㆍ중 물밑 교차 접촉 한창

김정은, 대북제재 속 경제노선 박차

중재자로서 우리 정부 역할 더 커져

북한 비핵화와 종전 선언을 놓고 남북미중 외교안보 고위급 관계자들의 물밑 접촉이 한창이다. 지난달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이 워싱턴에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부산에서 양제츠 중국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연쇄 회동했다. 남북은 13일 고위급 회담을 열고, 9월에 3차 남북 정상회담의 평양 개최를 합의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 측과 여러 채널, 여러 형태의 대화를 계속해 나가고 있다. 조만간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이 예상되고 있다.

한편, 미국의 대북 압박은 더 강화되고 있다. 미 정부는 최근 북한과 거래한 중국과 러시아 법인 3곳과 개인 1명을 제재 명단에 추가했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 장관은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북한 비핵화(FFVD)가 달성되기까지 이 같은 제재를 위반할 경우 상응하는 결과가 주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 비핵화를 위한 압박 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이다. 실제 미국이 제재 명단에 이름을 올린 법인들은 북한이 연간 10억 달러(약 1조1300억원) 이상을 벌어들이는 담배 밀수에 동원된 곳들이다. 핵 신고로 대표되는 비핵화 프로세스의 시작과 종전선언을 맞교환 하는 빅딜을 앞두고 북한으로부터 확실한 양보를 받기 위해 압박을 강화한 것이라는 보도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로 정전협정 체결 65주년을 맞은 정부가 적극적 중재자로서 과연 북한 비핵화와 남북미 또는 4자가 참여하는 종전선언을 이끌어낼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4ㆍ27 남북 정상회담을 촉매제로 대립과 갈등을 지속해온 남북ㆍ북미 관계가 대화와 타협의 판 위에 올라선 지는 이미 오래다. 이제는 이 새 판에서 새 틀을 보다 정교하게 짜고 다듬어서 북한 비핵화의 결실을 이끌어낼 때가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아직까지도 유엔안보리 대북제재에 아랑곳 하지 않은 채 석탄, 선철, 무기 등의 불법 위장거래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제재도 전혀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있다. 오히려 최근에는 제재의 강도와 수위가 더 강화하고 있는 모양새다. 따라서, 북한이 구체적인 비핵화의 첫 조치, 즉 핵무기, 핵 물질, 핵 시설 등에 대한 리스트를 제출하는 것과 같은 구체적 행동을 보여주지 않으면 종전선언 논의는 물론, 국제사회의 제재는 풀릴 가망이 거의 없는 것도 냉엄한 현실이다. 더구나 종전선언의 한 축이 되기를 바라는 중국, 그리고 북한에 우호적 태도를 견지해온 러시아도 최소한 겉으로는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안보리 대북 제재를 집행하고 있다. 중국, 러시아가 국익에만 매달려, 자유, 인권, 관용 등 인류보편적 가치마저 얕잡아보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특히, 시간을 끌며 비핵화 조치를 늦출수록 불리해지고 애가 타게 되는 쪽은 북한이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6ㆍ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연일 경제 행보를 가속화하고 있다. 그는 17일 다시 한번 원산 갈마 해안 관광지구를 찾았다. 얼마 전에는 중국 접경 지역의 생산시설 등을 찾아 경제활동을 독려했다. 그야말로 경제 중심 노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따라서, 북미 간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타협점을 찾기 위해선 우리 정부의 역할도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북한을 향해서는 경제 성장과 발전의 기회를 놓치지 말 것을, 미국을 향해서는 북한의 안전 보장을 통한 핵 위협 해소를 적정한 수준에서 타협하도록 양측을 설득해내야 한다. 또한 우리는 유일 군사동맹국인 미국과 손발이 제대로 맞아야 한다. 엇박자는 금물이다. 북미관계는 계속 공전하고 있는데 남북관계에서만 훈풍이 불고 있다는 미국 조야의 불만까지도 다독일 수 있어야 한다. 북한이 ‘병진 노선’의 하나(핵)는 움켜쥔 채, 다른 하나(경제)만 챙기겠다고 우기거나 버티는 짓은 네 살배기가 봐도 온당치 않다. 그 하나를 먼저 서슴없이 버리고 통 크게 얻는 것이 온 세상이 바라는 북한의 새 틀, 새 길이다.

양성철 전 주미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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