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국시장과 콘셉트ㆍ내용 비슷
“장소도 같아 경쟁하는 모습 불편”
인천아트플랫폼 취지 안 맞아 지적도
인천시가 지난 6월에 이어 이달부터 다음달까지 모두 8차례에 걸쳐 여는 아트마켓 ‘플랫폼시장’이 베끼기 논란에 휩싸였다. 일상과 예술을 어우른다는 콘셉트와 벼룩시장과 버스킹(거리공연) 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게 한 형식이 지역 주민과 예술인, 활동가들이 지난해 만든 플리마켓(벼룩시장) ‘만국시장’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플랫폼시장을 개최하는 장소도 만국시장이 주로 열리는 인천 중구 아트플랫폼이며 주최 측도 인천문화재단으로 같다.
인천시는 이달 16일부터 다음달 1일까지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아트플랫폼 중앙광장에서 플랫폼시장을 연다고 11일 밝혔다. 플랫폼시장은 수공예품과 미술작품을 판매하는 예술품시장과 중고물품을 나누는 벼룩시장, 거리공연 등으로 구성됐다.
그러나 지역 주민과 예술인 등은 아트마켓을 표방한 플랫폼시장이 여러모로 만국시장과 유사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인천 중구에 있는 우리나라 최초 서구식 공원인 자유공원의 옛 이름인 ‘만국공원’을 딴 만국시장은 5~10월 휴가철을 제외하고 매달 첫째 주나 둘째 주 토요일마다 아트플랫폼 등에서 열리는 벼룩시장이다. 중구 신포동에 있는 록음악 공간 ‘클럽 글래스톤베리 인천’과 요일마다 주인이 바뀌는 동구 배다리 ‘요일가게’ 등이 함께 여는 만국시장은 콘셉트와 형식이 플랫폼시장과 거의 동일하다. 만국시장에 이어 플랫폼시장까지 주말마다 시장이 열리면서 예술인 창작활동 등을 지원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이라는 아트플랫폼의 취지마저 퇴색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만국시장을 기획한 활동가 청산별곡(52ㆍ본명 권은숙)은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행사를 여는데 미리 논의가 돼 역할을 나누는 등의 상생 방안을 찾았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경쟁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게 돼 불편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인천시도 만국시장을 참고해 플랫폼시장을 만든 점을 인정했다. 아트플랫폼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를 위해 이미 많은 사람들을 끌어 모으고 있는 만국시장과 유사한 플랫폼시장을 만국시장이 열리지 않는 주말에 열게 됐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아트플랫폼의 자생력을 키우기 위한 방안을 찾다가 만국시장의 성공을 보고 플랫폼시장을 만들게 됐다”고 시인했다. 이 관계자는 “국비 지원 사업인 만국시장에 시가 개입할 수 없었던 측면이 있었다”며 “만국시장 쪽 분들과 협의해 상생하는 방안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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