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경영 평가제도 개편안이 나왔다.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도입 10년 만에 단행되는 이번 개편은 공공기관 경영의 틀을 ‘사회적 가치’ 추구로 바꾸려는 시도다. 28일 제15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는 공공기관 경영 평가의 무게중심을 기존 경영효율성에서 사회적 가치와 공공성 중시로 크게 옮긴 개편안을 의결했다. 아예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 항목을 신설했다.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에는 5대 지표가 반영된다.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 및 사회통합, 안전ㆍ환경, 상생ㆍ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이다.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 항목의 배점은 공기업의 경우 기존 관련 배점이 30~35점이었는데 이를 40~45점으로, 준정부기관은 45~50점에서 58~63점으로 높인다. 특히 그중에서도 ‘일자리 창출’에 가장 높은 점수를 배정해 사실상 일자리 창출 지표가 최고등급 평가의 관건이 되게 했다. 윤리경영 평가 기준도 신설돼 채용비리 등 사회 책무를 중대하게 위반하면 평가등급이 내려가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면 평가등급과 성과급을 높여 주기로 했다.
평가단 구성을 전면 개편하기로 한 것도 주목된다. 행정ㆍ경영학 교수 중심이던 기존 평가단은 지나친 폐쇄성과 평가대상 기관과의 이해상충 문제 등이 얽혀 끊임없이 공정성과 객관성 시비를 불렀다. 개편안은 공모 등을 통해 시민ㆍ사회단체 참여를 확대키로 했다.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평가단도 각각 별도로 구성해 운영하며, 주요 평가항목별 구체적 점수(스코어)카드까지 공개하기로 한 것도 진일보했다고 할 만하다.
올 1월 현재 국내 공공기관은 공기업 35개, 준정부기관 89개, 기타공공기관 208개를 합쳐 총 332개다. 한국토지주택공사 등 상위 10대 공공기관 자산총액이 삼성전자 등 10대 민간기업 자산총액을 넘어설 정도로 거시경제 영향력도 막강하다. 따라서 새 정부 경제정책 패러다임 전환에 맞춰 공공기관 경영의 틀을 바꾸는 시도는 당연하다. 문제는 사회적 가치 등 공공성이 지나치게 강조되면 자칫 공공기관 생산성과 경쟁력이 하락해 장기적으로는 오히려 공익을 해치는 부작용을 낳기 쉽다는 점이다.
이런 부작용은 특히 신설된 사회적 가치 구현 평가항목에서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공기관이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업영역을 무분별하게 확대하거나, 안전ㆍ환경 점수를 의식해 재생에너지 사업 등에 무리하게 투자하는 게 그 예일 수 있다. 따라서 향후 평가제도 구체화 과정에서 예상되는 무리수와 부작용을 막을 장치를 꼭 마련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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