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ㆍ우리카드에 이어 세 번째
KB국민카드 “억지일 뿐” 반발
디자인 특허제도 도입 주장도
KB국민카드는 이달 초 업계 최초로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앱)과 연동되는 핀테크형 카드인 ‘KB알파원’ 카드를 내놓았다. KB국민카드는 핀테크형 카드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도입했다. 은은한 보라색을 카드 앞뒤에 모두 사용하고, 앞면에는 브랜드명과 고객명만 새기고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은 뒷면에 넣어 깔끔함을 강조했다. 이 카드는 출시 한 달 만에 가입건수가 1만건에 이를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문제는 이 카드가 현대카드가 2006년 선보였던 VIP카드인 ‘퍼플카드’ 디자인과 상당히 유사하다는 점이다. 퍼플카드는 연회비 60만원의 VIP카드로 무료 항공권 제공, 명품브랜드 할인권 제공 등의 부가혜택이 담겨있고 소득과 직업 등에 따라 가입조건도 까다롭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을 잡기 위해 현대카드가 전략적으로 내놓은 대표상품이다.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색이 아니다’라며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카드에 단색의 보라색을 입혀 희소성을 강조했다. 카드번호와 유효기간 등을 카드뒷면으로 옮긴 것도 현대카드가 처음이었다. 고급스러운 디자인에 힘입어 퍼플카드는 연회비가 동일한 VIP카드 중에서는 가장 많이 판매됐다. 반면 KB알파원 카드는 연회비가 무료인데다 KB국민카드 고객은 누구나 가입이 가능한 일반카드다.
가입대상이 다른 두 카드의 디자인이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면서 현대카드는 몹시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4일 “KB국민카드가 디자인을 베껴 VIP카드처럼 보이도록 한 것 아니냐”며 “퍼플카드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떨어지게 됐다”고 토로했다.
KB국민카드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며 발끈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KB알파원 카드는 핀테크와 아날로그의 결합을 의미하는데 핀테크는 푸른색을, 아날로그는 붉은색을 상징한다고 보고 두 색상을 결합하면 보라색이 되기 때문에 사용한 것”이라며 “현대카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고 일축했다.
현대카드의 표절 논란 제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2012년에는 삼성카드의 숫자(삼성카드 4)카드, 2014년에는 우리카드의 ‘가나다’카드 등에 대해서도 상품 표절 의혹을 제기하며 치열한 공방을 벌였지만, 뾰족하게 거둔 성과는 없었다. 한 카드업계 관계자는 “보라색이 현대카드 고유색상도 아닌데다 색상만으로 표절 여부를 따지기는 어렵다”며 “표절 논란을 없애려면 디자인이나 상품 관련 특허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지원기자 styl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