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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영장 기각 "범죄인 인도에도 구속 못한 나쁜 선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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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라 영장 기각 "범죄인 인도에도 구속 못한 나쁜 선례"

입력
2017.06.0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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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피 만으론 구속 합당치 않아, 과거 신정아씨도 영장기각 전례”

3일 오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변호사 접견을 마친 뒤 최 씨 소유의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3일 오후 '비선실세' 최순실 씨의 딸인 정유라 씨가 변호사 접견을 마친 뒤 최 씨 소유의 강남구 신사동 미승빌딩 앞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순실(61)씨의 딸 정유라(21)씨 구속영장 기각을 두고 논란이 많다. 덴마크 당국이 대한민국 사법기관 판단을 토대로 해외 도피했던 정씨를 5개월간 체포ㆍ구금했다가 양국간 범죄인 인도 절차로 국내로 강제 송환했는데 정작 한국 법원이 이례적으로 정씨를 풀어줘 모양새가 이상한 꼴이 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예상을 깬 결정에 당황하며 “좋지 않은 선례를 남겼다”는 시선이다. 우선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강부영 판사가 3일 새벽 기각 결정을 내린 사유들 중에서 ‘피의자가 외국에서 진행되던 범죄인 인도 결정의 불복 절차 중 이의를 철회해 귀국하게 된 점’이란 대목에 수긍이 어렵다는 반응이다.

검찰 쪽 사정에 밝은 변호사는 “정씨가 덴마크 송환 결정 불복에 승소 가능성이 없어 (소송을 접고) 돌아온 것을 자진 귀국으로 (법원이) ‘오인’했다”고 비판했다. 더 버텨봐야 실익이 없어 조금 일찍 돌아왔을 뿐인 정씨 쪽의 논리에 손을 들어줬다는 인식이다. 수사 경험이 풍부한 한 검찰 간부도 “정씨가 지난해 10월 최씨가 귀국할 때 같이 돌아왔으면 영장을 청구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았다”며 “장기간 도피했던 피의자 특성이 간과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치면 당장 7일로 국내 송환 예정인 유섬나(51)씨 경우도 도피하거나 유럽인권재판소에 제소하지 않으면, 그것도 ’자진 귀국으로 볼 거냐’고 불만도 표했다. 세월호 실소유주였던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 섬나씨는 3년간 프랑스 도피 생활로 거액의 횡령 등 혐의 수사를 피해왔다. 섬나씨의 경우, 대법원 격인 최고행정법원까지 인도 명령에 맞서 소송을 끝까지 벌인 차이는 있다.

아울러 ‘주민 등록된 주소지에서 거주할 예정인 점’이 정씨 석방의 근거인 대목도 “어이가 없다”는 게 검찰 일각의 반응이다. “수사를 피해 달아난 자에게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지적이다. 아울러 ‘피의자의 가족관계 등을 종합하면’이란 부분도 “최씨 구속 상태나 해외에 있는 정씨 아들의 상황을 의미하는 듯한데 기각 사유로는 말도 안 된다”고 말했다.

한 검찰 관계자는 “덴마크가 적법한 절차에 의해 구금과 송환이 맞다고 했는데 우리가 석방하면 덴마크는 ‘인권침해 국가’고, 우리는 ‘인권보호 국가’냐”며 “이런 식이면 앞으로 범죄인 인도 관련 사법공조가 제대로 진행되겠느냐”고 반문했다.

반박도 만만찮다. 서울의 한 법원 부장판사는 “과거 ’신정아 사건’에서 꽤 길게 해외 도피했던 신씨도 ‘도주ㆍ증거인멸 우려가 없다’는 사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된 전례가 있다”며 “정유라씨 경우도 도피 사실만으로 구속해야 한다고 보는 건 합당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부장판사도 “인도 결정은 한국에 데리고 가서 수사하라는 취지이지, 공범 가담 정도가 약한 피의자로 판단되는 자를 무조건 구속시켜서 수사를 해야 된다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건 과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정씨 신병 확보에 실패한 검찰은 영장 재청구 여부를 가늠해보고 있지만, 국정농단 사건 보강수사에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정씨는 3일 새벽 석방된 뒤 어머니 최씨 소유의 서울 신사동 미승빌딩에 머물고 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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