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징역6년 중형 대폭 감형
"노조 격려에 보답" 경영복귀 의사
강덕수(65) 전 STX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 받고 14일 석방됐다. 그는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및 횡령ㆍ배임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6년을 선고 받았다. 그러나 항소심은 강 전 회장에게 분식회계를 보고했다는 임원의 진술을 배척, 주요 혐의를 무죄로 결론 내리고 형을 대폭 깎아줬다. 강 전 회장과 함께 기소된 다른 경영인 5명도 모두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며 이희범(66) 전 산업자원부 장관에게는 무죄가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 김상준)는 강 전 회장에게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을 선고하고 사회봉사 160시간을 명령했다. 1심은 김모(59) 전 STX조선해양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증언을 토대로 2조3,000억원대 분식회계 중 5,841억원 상당을 유죄로 인정했다. 김 전 CFO는 재판 과정에서 “회계분식과 관련해 모든 내용을 강 전 회장에 가감 없이 보고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 전 CFO가 자신의 관리실패를 숨기기 위해 다른 사람에게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며 “그가 (강 전 회장에게) 구체적으로 보고 사실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항소심은 김 전 CFO에게도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사실상 막대한 분식회계에 대해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우지 않는 결과가 됐다.
강 전 회장은 김 전 CFO와 함께 2009~2013년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해 공시하고, 홍모(62)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을 통해 9,000억원대 사기대출과 1조7,500억원어치 회사채를 발행한 혐의 등을 받았다. 그러나 분식회계가 무죄가 되면서 사기 대출 혐의 등도 모두 무죄가 됐다.
항소심은 다만 강 전 회장이 계열사에 910억5,000만원을 부당지원한 것을 배임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지원받는 회사의 채무변제 능력이 완전히 상실돼 추가 지원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된다면 내부적 자구책이 아닌 다른 구제수단을 강구하는 것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이라고 밝혔다.
강 전 회장은 선고 후 “부족한 제게 많은 분들, 특히 현장에서 노동조합이 격려해준 것에 대해 힘을 갖고 그분들에게 앞으로 남은 시간 보답을 해드리겠다”며 경영 복귀 의사를 내비쳤다. 그는 ‘STX 재건에 나설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것도 한번 생각해보겠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아울러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 받은 홍모(62) 전 STX조선해양 부회장에게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또 변모(61) 전 STX그룹 CFO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이모(50) 전 STX 경영기획본부장은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3년이 선고됐다.
권모(56) STX건설 경영관리본부장에게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원심 형량과 같이 선고했다. STX 중공업ㆍSTX 건설 회장 재임 당시 계열사에 불법 연대 보증을 제공해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로 기소된 이희범 전 산자부 장관은 1심과 같이 무죄를 선고 받았다.
김관진기자 spiri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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