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제대로 타려면 큰 맘 먹어야 한다. 편히 페달 밟을 수 있는 공간이 많지 않다. 집 앞에서부터 자전거도로가 깔려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오롯이 자전거가 달릴 수 있는 도로로 접근하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한다.
천변이나 공원에 설치된 자전거도로까지 접근하려면 차도에서 자동차 눈치를 보면서 달리거나 인도로 자전거를 끌고 가야 한다. 그렇다고 차에 자전거 운반장치를 부착하자니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해도 역까지 이동하는 일이 만만치 않다. 역에서 자전거를 승강장까지 들고 내려가야 하는 수고는 덤이다. 이런 불편이 자전거를 자리만 차지하는 애물단지 인테리어 소품으로 전락시켜버리는 데 기여했는지 모를 일이다.
이런 어려움을 온전히 감수할 만큼 자전거타기 좋은 계절이 왔다. 집안 구석에 처박힌 자전거의 먼지를 ‘귀차니즘’과 함께 털어내면 환상적인 가을을 느낄 수 있다. 자전거를 끌고 가든 메고 가든 일단 밖으로 나가면 후회할 일 없다. 가야할 지 막막하다는 이들을 위해 서울과 근교에서 즐길 수 있는 몇 가지 코스를 소개한다.
1. 바닥에서 발 뗀지 얼마 안된 초보자라면
페달을 밟아본 지 얼마 안됐다면 여의도공원을 추천한다. 가족, 연인 단위 시민들이 주로 찾는 이곳은 보행자도로와 자전거도로의 구분이 명확해 사고 위험이 적다. ‘자전거 좀 탄다’는 동호인들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라 빠르게 이동하는 자전거족의 눈치를 보지 않고 마음 편히 라이딩을 즐길 수 있다. 자전거도로 주변으로는 가로수가 잘 관리돼 한낮에도 볕을 피해 자전거를 탈 수 있다. 조만간 단풍의 아름다움도 느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동방향이 정해져 있지 않아 동선이 엉킬 수 있는 위험만 피한다면 광장도 괜찮다.
여의도공원은 한강시민공원과 지하도로 바로 연결돼 횡단보도를 건너지 않고 자전거로 이동이 가능하다. 지하철 5, 9호선 여의도역 3번 출구에서 가깝고 역에서 공원까지 자전거도로로 연결돼 있어 편리하다. 여의도버스환승센터와도 바로 연결된다.
자전거가 없다면 2인용, 유아동승용, 아동용자전거 등이 준비돼 있는 대여소를 이용하면 된다. 대여할 때는 신분증을 맡겨야 한다.
2. 초보에서 탈출했다면
자전거 안장 위에서 완벽하게 균형을 잡을 정도가 되면 강변으로 나가 볼 만하다. 강쪽으로 나가면 일단 시야가 뻥 뚫린다. 요즘같이 맑은 날이면 몸과 마음이 청량해진다. 한강 주변은 자전거 도로가 끊기지 않고 연결돼 있어 멈추지 않고 장시간 라이딩이 가능하다. 일부 구간에는 작은 언덕이 있지만 대체로 평지여서 힘들이지 않고 자전거를 탈 수 있다.
한강의 경우 강변 자전거도로로 진입하는 경로를 미리 파악해 둬야 헤매지 않는다. 홍제천, 중랑천, 탄천, 반포천, 안양천 등 한강 지류인 하천의 자전거도로는 대부분 한강 자전거도로와 연결돼 있어 이를 이용하면 편리하다. 하천변 자전거도로 접근성이 떨어진다면 한강시민공원 진입로로 가는 방법도 있다. 한강을 건너는 주요 대교에 설치된 엘리베이터나 육교형 자전거도로를 이용하는 방법도 있다.
한강에서 라이딩을 계획 중이라면 코스를 미리 짜두는 것이 좋다. 목적지를 정해 놓고 같은 길을 왕복하기 보다는 강을 건너 도는 것을 추천한다. 강을 건너기 가장 편리한 다리는 잠수교로 한강자전거도로와 바로 연결돼 있어 엘리베이터 등을 이용해 따로 올라갈 필요가 없다. 잠실대교, 잠실철교, 광진교가 비교적 자전거를 이용해 건너기 좋다. 광진교의 경우 전망대도 설치돼 있어 쉬어가기 좋다. 나머지 다리들은 인도 폭이 좁아서 보행자를 만날 경우자전거에서 내려야 할 일이 발생하거나 한강 자전거도로와 바로 연결이 안돼 동선의 낭비가 생길 수 있다.
서울을 벗어나고 싶다면 옛 경춘선 위에 자전거도로를 조성한 남한강자전거길을 추천한다. 기차가 달리던 철교, 터널을 자전거로 달릴 수 있어 매력적이다. 팔당댐을 거쳐 남한강변을 달리는 이 길은 중앙선 팔당역에서 시작한다. 평일에도 전동차에 자전거를 실을 수 있는 중앙선의 이점을 이용하면 자연친화적 라이딩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한강자전거도로는 어린 아이부터 동호인까지 다양한 자전거 이용자들이 함께 타는 곳으로 사고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속도가 천차만별이다 보니 각종 사고가 끊이질 않는다. 시민공원을 지나는 도로에서는 보행자를 치는 사고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방향을 바꾸거나 추월할 때는 반드시 전후좌우를 살펴 다른 자전거 이용자를 살펴야 한다. 상대방에게 진행방향을 알리거나 돌발상황을 전달하는 등 다른 사람이 다음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도록 운행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보행자가 많은 곳을 지날 때는 감속해 언제든지 멈출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이런 기본적인 능력이 없다면 한강자전거도로는 나오지 않는 것이 좋다.
3. 한강자전거도로가 지루하다면
평탄한 한강자전거도로가 지겹다면 산으로 가면 된다. 서울에서는 대표적으로 남산과 북악산이 있다. 한남동에서 출발해 남산을 올랐다 숭례문과 광화문을 거쳐 북악산을 오르는 이 코스는 이미 매니아들 사이에 잘 알려져 있다. 남산과 북악산은 차량 통행량이 많지 않고 통행하는 차량이 있다 하더라도 관광이나 데이트 목적이어서 자전거족들을 그나마 너그러운 시선으로 봐준다.
다만 이곳을 가기 위해서는 언덕을 오를 수 있는 기어비를 갖춘 자전거를 타는 것이 좋다. 생활형 자전거나 미니벨로의 경우 평균 이상의 근력과 폐활량을 소유한 사람이 아니면 힘들다. 또 정상에서 내려갈 때는 급격한 내리막의 연속이기 때문에 오르기 전 반드시 브레이크 상태 점검을 해야 한다. 브레이크가 고장이라도 나면 자칫 대형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산악자전거도 아닌데 산을 오른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되겠지만 가본 사람들은 다 안다. 페달을 꾸역꾸역 밟아 정상에 올랐을 때의 성취감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자전거타기 좋은 계절은 금방 간다. 일단 나가자.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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