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타 미라이는 세단형인데다 수소연료탱크가 많은 공간을 차지해 차에 4명이 타기도 버겁다. 혼다 FCV는 디자인은 산뜻해서 눈에 띄지만 실제 양산형 차량은 어떤 형태가 될 지 미지수다.”
현대차의 수소연료전지차 개발을 총괄하는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실장(이사)은 12일(현지시간) 디트로이트 모터쇼에서 살펴 본 일본의 두 경쟁차에 대해 이렇게 평가했다. 안 실장은 이곳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들로부터 지난해 10대 엔진상 수상에 대해 축하 인사를 받았다면서 “그러나 투산 iX가 성능, 실내 공간 등에서는 경쟁차 보다 앞서지만 미라이(약 6,830만원)에 비해 가격(1억5,000만원)이 비싸다는 점을 극복해야 할 것 같다는 충고를 많이 들었다”며 “토요타가 하이브리드카를 미국 시장에 들고 왔을 때처럼 당장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시장 선점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감안해 우리도 마케팅 전략을 짤 필요는 있을 것 같다”고 밝혔다. 안 실장은 토요타가 수 천 건의 특허를 공개한 것을 두고 “수소충전시스템 등 시장이 커지면서 갖가지 기술 관련 특허 주도권 싸움도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시도”라고 분석했다.
그는 수소연료전지차 대중화를 위해 차량 가격을 낮추는 것과 동시에 수소를 보충할 수 있는 충전소 등 인프라 구축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소연료전지차는 수소연료가 공기 중 산소와 결합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전기를 동력으로 이용해 달리는 것으로 공기 중에서 폭발하는 수소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것이 충전시설이 핵심이다. 일본은 정부 차원에서 ‘수소경제 로드맵’을 만들었고, 그 실행 방안으로 올해 안에 도쿄(東京) 등에 100개의 수소연료전지차 충전소를 설치하기로 했다. 미 캘리포니아주도 2020년까지 충전소 100개 설치 계획을 밝혔고, 유럽연합(EU)도 독일, 영국 등 재정 상황이 좋은 나라 중심으로 수소연료전지차 보급 확대를 위한 갖가지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반면 우리 정부의 계획은 2020년까지 12곳을 만드는 데 그칠 만큼 추진 속도가 더디다. 안 실장은 “울산, 전남 여수, 충남 대산 등지 대규모 화학산업단지에서 나오는 수소가 연간 130만톤에 달하며 부생 수소 10만톤까지 더하면, 이것만으로도 수소연료전지차 40만~50만대를 운영할 수 있다”며 “수도권, 광주ㆍ전남, 울산, 충남 등을 중심축으로 삼아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면 빠른 시간 안에 충전 인프라를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디트로이트=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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