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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 의사 폐기능 저하, 수면마취 상태서 산소공급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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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병원 의사 폐기능 저하, 수면마취 상태서 산소공급 치료

입력
2015.06.12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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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심폐의료기기 에크모 부착

서울대 의료진 "뇌 손상 여부는 마취 깨어나야 알 수 있어"

구체적 환자 상태는 함구

60여명을 감염시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채 응급실 밖으로도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12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의 휠체어 보관소 옆으로 마스크를 쓴 내원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60여명을 감염시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슈퍼 전파자'로 알려진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서 휠체어를 탄 채 응급실 밖으로도 이동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12일 서울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로비의 휠체어 보관소 옆으로 마스크를 쓴 내원객들이 오가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35번째 환자인 삼성서울병원 의사 박모(38)씨가 현재 수면마취 상태에서 의료장치를 이용해 피에 산소를 공급하는 치료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를 치료하고 있는 서울대병원의 한 관계자는 12일 “박씨는 현재 수면마취 상태에서 에크모(ECMOㆍ인공심폐의료기기)를 부착하고 있다”며 “수면 마취 상태에서 깨어나야 뇌 손상 여부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에크모는 기도 삽관으로 인공 호흡기를 사용해도 산소공급이 되지 않을 때 사용하는 의료기기다. 혈액을 몸 밖으로 빼낸 뒤 에크모를 통해 혈액 속 이산화탄소를 빼내고 산소를 공급한 뒤 다시 몸 속으로 넣어 순환시킨다. 에크모는 주로 심폐 기능이 떨어져 생명을 위협받는 환자들에게 심장과 폐 기능을 대신해 주는 역할을 한다.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도 처음 응급상황이 발생했을 때 에크모를 사용 했었다. 에크모는 통상 사망 가능성이 80% 이상 일 때 사용하지만, 급성호흡부전 환자 20~40%는 에크모 사용으로 살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문가들은 박씨의 경우 폐에 염증이 발생, 폐가 기능을 하지 못해 에크모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한쪽 폐만 기능을 해도 인공호흡기로 버틸 수 있는데 에크모를 사용한다는 것은 폐 전체가 기능을 상실한 상태라는 것”이라며 “산소를 공급해 폐가 회복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 상황일 것”이라고 말했다.

또 에크모를 사용할 때는 환자를 수면 마취시킨다. 박익성 부천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피 속에 산소 포화도가 떨어지면 뇌 손상이 올 수 있어 뇌를 보호하기 위해 동면하듯 수면제를 다량으로 사용해 깊게 재우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수 교수는 “에크모를 이용해 치료할 때 가래가 많이 나와 환자가 깨어 있으면 고통스럽기 때문에 마취를 할 수밖에 없다”며 “언론에 나오는 ‘무의식 치료’라는 말은 수면마취를 거창하게 표현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수 교수는 또 “에크모 치료에는 적어도 4~6주 정도가 걸린다”며 “환자가 이 기간 동안 버틸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폐와 함께 혈압까지 떨어졌다면 치료가 어려울 수 있다. 김형수 교수는 “에크모는 혈압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사용 하는데, 일각에서 제기한 ‘사이토카인 폭풍’이 발생하면 에크모를 써도 혈압이 떨어져 2일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은 이날 공식 보도자료를 내고 “호흡을 돕기 위해 인공호흡기 등을 착용하고 있으나, 전반적으로 안정적인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며 “더 이상의 자세한 정보는 민감한 환자 개인정보로서, 보호자 동의를 구하지 못해 말씀드릴 수 없다”고 밝혔다. 한 서울대병원 관계자는 “박씨의 정확한 뇌 손상 상태는 마취에서 깨어나야 확인 가능하기 때문에 아직 뇌 손상 문제를 거론하기는 이른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한편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대책본부는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환자와 가족의 입장을 고려해 개별 환자의 구체적인 용태 등을 자세히 제공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중앙대책본부는 전날 박씨가 위독하다는 보도에 대해서는 “현재 호흡 곤란이 있어 적절한 치료를 받고 있고 생명이 위독한 상황은 아님을 주치의를 통해 확인했다”고 반박 했었다. 중앙대책본부는 메르스 발병 초기부터 매일 열리는 정례 기자회견에서 불안정한 환자의 수와 번호를 공개했지만, 이날은 이례적으로 이를 밝히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죄송하다, 환자 수가 너무 많이 늘다 보니까 아직 전화 모니터링이 끝나지 않아 불안정한 환자 수를 들고 오지 못했다”며 “크게 늘어나지는 않은 상태”라고 밝혔다. 중앙대책본부는 매일 격리치료병원에 전화를 걸어 환자 상태와 퇴원 가능성 등을 점검하고 있다.

박씨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35ㆍ남) 옆 병상에 있는 환자를 진료한 후 이달 4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았다. 지난 5일까지도 언론과 전화 인터뷰를 하는 등 비교적 건강했으나, 지난 10일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kokilbo.com

남보라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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