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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자원은 공공보험… 기증·분배·이식 통합관리기구 만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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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자원은 공공보험… 기증·분배·이식 통합관리기구 만들자"

입력
2015.06.1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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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체조직 기증 활성화 토론회서

"환자에 충분히, 싸게 배분 못하고 가공·유통하는 영리회사만 배불려"

장기 기증과 통합관리 피요성 제기

조직기증 서약, 장기의 4분의1, 국내 필요량 74% 수입에 의존

이식에 필요한 인체조직의 74%를 수입에 의존하는 있는 가운데, 기증 활성화을 위해서는 장기와 조직의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상으로 피부를 다친 한 환자가 피부 이식을 받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이식에 필요한 인체조직의 74%를 수입에 의존하는 있는 가운데, 기증 활성화을 위해서는 장기와 조직의 통합 관리체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화상으로 피부를 다친 한 환자가 피부 이식을 받고 있다. 한림대의료원 제공

인체조직 기증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현재 이원화 된 인체 장기와 조직 기증의 통합관리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현철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인체조직기증 활성화,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의 토론회에서 “이식용 인체 자원은 누구나 환자 및 이식 대상자가 될 수 있는 공공 보험의 성격을 갖고 있다”며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김 교수는 ‘장기 및 인체조직 기증 통합 관리체계 구축 방안’이라는 제목의 주제 발표에서 “현재 이식용 인체 자원은 이식 환자들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히, 저렴한 비용으로 배분되지 못하고 있다”며 “인체 자원의 기증과 분배, 이식을 통합 관리할 기구로 ‘국가생명기증원(가칭)’의 설립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 교수는 통합 관리기구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서는 “공공성과 전문성, 관리업무의 효율성을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같은 법정 공법인인 준정부기관의 형식이 바람직하다”고 했다.

“기증자 뜻 반(反)하는 상업화 안돼”

토론회에서는 인체조직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의견이 쏟아졌다.

김수정 가톨릭대 의대 교수는 “인체조직은 장기와 달리 가공, 보관, 유통에 막대한 자본과 시설이 필요하기 때문에 세계보건기구(WHO)도 지침에서 합리적인 가격(reasonable fee)를 인정하고 있다”면서도 “일부 영리 가공회사와 브로커들이 과도한 이득을 챙기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동익 국가생명윤리심의위원회 위원도 “현재는 영리기관이 붙인 이윤을 국민들이 부담해야 하는 구조”라면서 “기증자의 숭고한 뜻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조직 이식재의 투명한 가격 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전태준 인체조직기증원 상임이사는 정부 주도의 공급 체계인 ‘공공조직은행’ 설립을 구체 방안으로 제시했다. 전 이사는 “인체 유래물의 최종재 공급을 영리 가공업체가 주도한다면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라고 따져물은 뒤, “공공조직은행이 설립 돼 가격을 고시하고 수혜자에게 원가 이하로 분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통합관리에 반대하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박수현 숙명여대 법대 교수는 “인체조직 관리를 국가가 독점할 경우 유연성과 신속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부는 관리체계의 일원화가 필요하는 데 공감을 표시하면서 향후 의견 수렴을 거쳐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정통영 보건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 과장은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가격을 지불하는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며 “이원화된 관리체계를 일원화하는 것에 공감한다”고 기본 입장을 밝혔다. 정 과장은 다만 “과연 어디까지를 공공영역으로 가져가야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고민이 많다”며 “통합기관의 성격이나 업무 범위 등에 대한 의견수렴을 통해 방향을 잡아나가겠다”고 했다.

“장기 및 조직 통합관리할 기구 설립을”

인체 유래물의 기증은 장기기증과 조직기증으로 나뉜다. 조직기증은 사후에 뼈 연골 인대 피부 혈관 각막 심장판막 등 개별 인체 조직을 기증하는 행위로, 기증된 조직은 각종 질환과 사고로 다친 환자들에게 이식된다. 1명이 조직기증을 하면 100명이 넘는 환자들에게 수혜가 돌아간다. 이에 비해 장기기증은 신장 간장 췌장 심장 폐 소장 안구 등이 인체 장기가 기증 대상으로, 기증자가 생존 시 또는 뇌사 시 기증이 이뤄진다는 게 차이점이다.

질병관리본부 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통계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서는 인체조직 공급(기증)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연간 필요량의 74%를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 등에 따라 국내 인체조직 수요량은 최근 연평균 7%씩 증가하고 있다. 이에 비해 2014년 12월 기준 국내 조직기증 희망서약자는 총 27만8,000명으로, 장기기증 희망서약자(116만 명)의 4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조직기증에 대한 인식이 낮아 기증이 활성화 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인체조직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인구 100만 명당 조직기증자 수(2013년 기준)는 미국 100명, 스페인 59명, 프랑스 30명, 호주 20명인데 비해 우리나라는 4.9명에 그치고 있다.

인체조직 기증에서 이식까지는 크게 ‘기증→구득(채취) →가공→이식’의 4단계를 거친다. 기증자의 몸에서 구득된 조직이 수혜자에게 최종 이식되기 위해서는 가공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현재 이를 영리업체가 맡고 있다. 영리업체들은 의료기관(병원 조직은행)으로부터 구득된 조직을 받아 최종 이식에 필요한 상태로 가공, 이를 다시 의료기관에 판매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는 인체조직 수입업체가 82곳, 영리 가공업체가 5곳이 있다. 인체조직 구득 기관으로는 병원 조직은행 52곳 이외에 비영리 조직은행이 한국인체조직기증원이 있다. 조직기증이 활발한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에서는 이식용 인체자원의 통합관리를 위해 독립 관할기구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치중 의학전문기자 cj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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