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대통령 피의자로 입건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
774억 강제모금ㆍ靑문서 유출
“朴, 국정 농단 상당부분 공모”
최순실ㆍ안종범ㆍ정호성 기소
박근혜 대통령은 비선실세 최순실(60)씨 국정농단 사건의 사실상 ‘주범’이었다.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설립과 774억원을 강제 모금한 데에도, 최씨에게 대외비인 청와대 내부 문서 180건을 무더기 유출한 것과, 기업들의 인사와 스포츠단 창단 등에도 대통령은 깊숙이 관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선 사상 처음으로 범죄 혐의를 받는 ‘피의자’로 입건됐다. 그가 직접 임명한 김수남 검찰총장 체제 하에서, 지난 9월 말 시민단체의 고발 이후 50여일 동안 검찰이 수사해 내놓은 결론이다. 국민들의 퇴진 요구가 거세지고, 위법 사실이 공개됨으로써 야권의 탄핵 추진이 가시화할 전망이다.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는 20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이날 최씨와 안종범(57)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직권남용과 강요, 증거인멸 교사 등 혐의로, 정호성(47)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을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각각 구속기소했다.
검찰은 이들 3명의 공소장에 ‘대통령과 공모하여’는 물론, ‘대통령의 지시를 받아’라는 표현까지 수 차례 사용해 박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건의 주범이자 ‘몸통’임을 명확히 했다. 이영렬 본부장은 “박 대통령에 대해선, 지금까지 확보된 제반 증거자료를 근거로 최씨와 안 전 수석, 정 전 비서관의 범죄사실 가운데 상당 부분이 공모관계에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다만 헌법 제84조(현직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에 따라 박 대통령의 기소는 현재로선 불가능하다. 검찰 관계자는 그러나 “공모관계가 인정되는 부분에 대해선 인지 절차를 거쳐 박 대통령을 정식 피의자로 입건했다”며 “관련 수사를 계속 이어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검찰에 따르면 최씨와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과 공모해 국내 대기업 53곳에 미르ㆍK스포츠의 설립 출연금 774억원을 내도록 강요하고, 롯데그룹을 상대로 K스포츠에 70억원을 추가 교부토록 압력을 행사한 혐의다. 최씨 등의 혐의 중 ▦현대차그룹에 11억원 납품계약 및 70억원 광고일감 제공 강요 ▦포스코에 펜싱팀 창단 강요 ▦KT에 임원 채용ㆍ68억원 광고일감 제공 강요 ▦그랜드코리아레저(GKL)에 스포츠단 창단 강요 등 다른 범죄혐의도 박 대통령이 공범관계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 전 비서관은 2013년 1월~올해 4월, 총 180건의 청와대 내부 문서를 이메일과 인편 등을 통해 최씨에게 무단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역시 박 대통령 지시에 따른 것이었는데, 해당 문서들 중에는 ‘장ㆍ차관급 인선 관련 검토자료’ 등 공무상 비밀에 해당하는 자료가 47건이나 포함돼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은 지난 18일 체포한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에 대해 직권남용과 업무상 횡령, 보조금관리법 위반, 사기 등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장씨는 김종(55)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과 짜고 삼성그룹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16억원을 후원토록 강요하고, 이 가운데 5억원 이상을 빼돌린 혐의 등을 받고 있다. 앞서 사전구속영장이 청구된 김 전 차관과 장씨의 구속 여부는 21일 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을 거쳐 결정된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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