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용등급까지 1단계 강등
IMF총재는 부채 상환 연기 거절
남유럽 국가들 경제 호전되자
유로존, 그리스 꼬리자르기 여론
디폴트 가능성 오히려 높아져
국내 증시 영향은 제한적일 듯
5년째 유럽경제 발목을 잡아 온 그리스 문제가 또 수면 위로 떠올랐다. 돈 쓸 곳은 넘쳐나는데 나라 곳간은 텅 비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이 그리스의 부채상환 연기 요청을 단칼에 거절했고, 유로존 국가들도 “더 이상 그리스에 발목을 잡히지 않겠다”며 선을 긋고 있다. 그리스의 채무불이행(디폴트), 나아가 유로존 이탈(그렉시트) 가능성이 다시 강하게 고개를 드는 모습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16일(현지시간) 기준 그리스의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26.92%로 전날에 비해 2.31%포인트 급등했다. 신용평가사 스탠다드앤푸어스(S&P)가 전날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을 B-에서 CCC+로 1단계 강등한 데 이어, 크리스틴 라가르드 IMF 총재가 이날 “30년간 전례가 없다”며 부채상환 연기를 거절하는 등 악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달 말 공공연금 및 공공서비스 임금 지급일을 앞두고 그리스 국고가 바닥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그리스는 5월 1일부터 6월까지 순차적으로 IMF에 25억 유로를 갚아야 한다.
여기에 더해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협의체)은 이달 24일 회의를 앞두고 그리스 정부에 부채감축을 위한 추가 긴축을 요구했다. 유로그룹은 이날 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72억 유로 추가지원을 결정하는데, 긴축 없이는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그리스문제 과거와 다른 점
사실 그리스의 디폴트나 그렉시트는 그리스가 유로존으로부터 처음 구제금융을 받기로 한 2011년 5월 이후 세계경제의 해묵은 악재였다. 그리스가 무너지면 그 파장이 다른 남유럽으로 확산되고, 그것이 유로존 붕괴 및 세계경제 침체로 이어진다는 식의 시나리오가 통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좀 사정이 다르다. 피그스(PIGS)라는 이름으로 그리스와 도매금 취급을 당했던 포르투갈,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들 경제사정이 상당히 개선되었고, 그리스 위기가 전유럽에 확산되지 않도록 이미 국제사회가 채무구조의 조정을 마무리한 상태다. 김승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문제는 점점 그리스만의 문제로 좁아지는 중”이라며 “독일 내 그렉시트 찬성률이 60%에 이르는 등 유로존이 그리스의 이탈을 약한 고리 자르기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회로 인식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거엔 위기 확산이 무서워 그리스의 배짱이 통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유럽국가들이 ‘그리스 없는 유로존’을 감내할 자신감을 갖고 있다는 얘기다. 결국 역설적이게도 유로존 경제 사정이 호전되면서 그렉시트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말도 된다.
한국증시에 영향은
이에 따라 점점 더 독일이나 트로이카(IMFㆍ유럽연합ㆍ유럽중앙은행)의 양보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그렇다면 유로존에 남을지 말지 선택은 그리스 몫이다. 신환종 NH투자증권 글로벌투자전략팀장은 “협상능력이 약화된 시리자(그리스 집권당)가 자체적으로 결정을 내릴 능력을 상실해 이 문제를 국민투표에 부칠 가능성을 예상한다”며 “시리자가 이 과정에서 협상력을 높이기 위해 1차 디폴트를 감수할 가능성도 낮게나마 있다”고 말했다. 그렉시트의 경우 한 번 유로존을 나가면 되돌아올 수 없지만, 디폴트는 트로이카만 양해하면 최종 부도로 이어지진 않기 때문에 카드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나 실물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그리스 위기가 상수로 굳어진 지 오래이고, 그리스 문제를 뺀 변수는 대부분 증시에 우호적이기 때문이다. 신환종 팀장은 “그러나 디폴트 또는 그렉시트 가능성이 더 높아지는 경우 투자심리 냉각에 따른 주가 조정은 감수해야 할 것”이라 말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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