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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360˚] ‘십알단’도 국정원의 댓글부대 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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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360˚] ‘십알단’도 국정원의 댓글부대 였을까

입력
2017.10.1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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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오른쪽) 목사와 권봉길(왼쪽) 전 새누리당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이 지난 2012년 12월 1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시선관위는 윤 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인터넷상의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윤 목사는 유죄 선고를 받았다. 연합뉴스.
윤정훈(오른쪽) 목사와 권봉길(왼쪽) 전 새누리당 선대위 국정홍보대책위원장이 지난 2012년 12월 16일 서울시 선거관리위원회를 명예훼손 등 혐의로 고발하기 위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으로 향하고 있다. 서울시선관위는 윤 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인터넷상의 불법선거운동)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이후 윤 목사는 유죄 선고를 받았다. 연합뉴스.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의 민간인사찰 및 댓글부대 운영 등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전담수사팀이 ‘십자군알바단(십알단)’도 최근 수사 대상에 올렸다. 십알단은 지난 2012년 제18대 대통령선거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를 지지하는 댓글을 게재하며 불법선거운동을 한 조직이다. 검찰은 운영자인 윤정훈 목사와 국정원 직원들간의 통화내역을 확보하고 두 조직간의 금전적 연관성을 수사하고 있다.

5년만의 수사는 새롭지 않다. 2012년 십알단의 존재가 드러났을 때부터 새누리당 및 국정원과 연계 의혹이 꾸준히 제기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찰은 2013년에 정당 및 국가기관과 관련이 없는 윤 목사 개인의 범행으로 결론내렸다. 정권교체 이후 다시 수사에 나선 검찰이 과거의 의혹을 재조준하고 있다.

“우리는 십만명의 박근혜 알리기 유세단 입니다”

십알단이라는 이름은 2012년 9월 팟캐스트 ‘나는꼼수다(나꼼수)’에서 처음 등장했다. 나꼼수 출연자들은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지지자를 자처하며 야당 후보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확산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들을 ‘십자군 알바단’ 이라고 지칭하며 조직적 여론조작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새누리당 SNS미디어본부장이라는 직함을 갖고 댓글 게시를 주도한 윤 목사는 나꼼수의 작명을 인정하고 여기에 ‘십만명의 박근혜 알리기 유세단’이라는 새로운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윤 목사는 “나꼼수 폐지를 위해 애플 본사에 문제를 제기하고 경찰 수사자료 등 협조를 받을 예정”이라며 나꼼수가 제기한 여론조작 의혹에 반발했다.

십알단의 운영자로 지목된 윤정훈 목사가 2012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제기한 조직적인 선거운동 의혹에 반박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쳐.
십알단의 운영자로 지목된 윤정훈 목사가 2012년 팟캐스트 '나는 꼼수다'에서 제기한 조직적인 선거운동 의혹에 반박하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트위터 캡쳐.

윤 목사는 당시 서울 강동구 오륜교회의 인터넷 선교 담당 목사 겸 소셜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라는 기업 대표로 활동했다. 해당 기업은 ‘정치계, 종교계, 기업 등을 상대로 한 SNS 전략 상담’을 표방했다.

윤 목사는 2012년 10월31일 오륜교회로부터 사직처리됐다. 교회 측은 “윤 목사를 2011년 12월 1일 청소년 인터넷 담당 부목사로 채용했으나 목회 방향과 관계없는 개인적 성향을 수시로 노출했다”며 “교회는 윤 목사의 개인적 인터넷 활동이 교회에 좋지 못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판단해 사직 처리했다”고 밝혔다.

윤 목사는 십알단의 여론조작 의혹이 제기되기 전부터 동성애 혐오 발언 등을 SNS에 올려 화제를 불러 일으켰다. 그는 동성애 혐오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그는 2012년 5월 ‘팝가수 레이디가가의 콘서트를 청소년 유해공연으로 판정한 것이 적절했나’를 주제로 한 방송사 토론회에서 “한국은 동성애 청정지역”, “구약 성경에 동성애자를 죽이라고 나와 있다”고 발언했다. 이에 대해 반박한 진중권 동양대 교수와 설전을 벌이며 다시 주목받았다.

[2012년 5월 MBN ‘백지연의 끝장토론’에 출연한 윤정훈 목사]

검찰 “윤 목사가 새누리당에서 지시를 받은 흔적은 없다”

2012년 대선 5일 전인 12월 14일,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가 윤 목사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면서 십알단의 댓글알바 의혹이 구체화됐다. 서울시선관위는 조사 결과 윤 목사가 그해 9월말부터 서울 여의도의 한 오피스텔에 소셜미디어업체를 차리고 직원 7명을 고용해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에게 유리하고 문재인 당시 민주통합당 후보에게 불리한 글을 트위터에 게시한 뒤 리트윗(공유)하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벌였다고 밝혔다.

서울시선관위는 십알단 활동에 새누리당이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선관위는 조사결과 십알단 활동 실적이 당 가계부채특별위원장(안상수 전 인천시장)에게 수시 보고됐으며 사무실 임차비용을 박 후보 선대위의 권봉길 국정홍보대책위원장 등이 대신 지불한 것을 확인했다. 십알단 사무실에서 발견된 박 후보 명의의 임명장, 당내 정식 직함을 가진 윤 목사가 당원들을 대상으로 SNS교육을 했던 사실 등도 이를 뒷받침했다.

손광윤 당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이 2012년 12월 서울 여의도의 한 미등록 사무실에서 압수한 십알단의 선거운동 관련 증거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광윤 당시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 지도과장이 2012년 12월 서울 여의도의 한 미등록 사무실에서 압수한 십알단의 선거운동 관련 증거물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서울시선관위 고발 두 달 후인 2013년 2월, 사건을 담당한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부장 이수권)의 수사결과 발표는 달랐다. 윤 목사가 댓글 알바팀을 운영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이 맞지만 새누리당에서 지시를 받은 흔적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도 윤목사가 유사선거사무소를 설치하고 불법선거운동을 한 점만 인정했다. 당시 판례에 “①피고인은 사무실에 컴퓨터 본체 8대, 모니터 6대, 팩스 1대, 전화기 9대 등의 설비를 갖추고 있었던 점 ②피고인이 사무실 내에 “President War Room(PWR)[SNS선대본부]”라는 문구를 게시해 놓거나 매일 D-6 등 대선일까지 남은 일자를 표기해 놓았던 점 ④7명의 직원이 '실장‘ 내지 ‘팀장’ 직함을 받고 매일 오전 9시30분경까지 사무실에 나와 18시경까지 근무한 점 등을 종합해 주된 목적이 선거운동에 있었던 것”이라고 나와 있다.

법원 역시 정당이나 기타 기관과 연계를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윤 목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1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국정원의 십알단 트윗 공유, 우연일까

법원 판결 이후에도 윤 목사와 십알단을 둘러싼 의혹은 계속 제기됐다. 국정원 심리전단의 대선 당시 활동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십알단 관련 정황이 속속 드러났기 때문이다.

우선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의 트위터 계정이 십알단이 쓴 트위터 내용을 수차례 리트윗했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국정감사에서 트위터 계정 ‘누들누들’(@nudlenudle)이 십알단과 서로 동일한 내용을 리트윗했다는 것이 드러났다. 이 국정원 직원 계정은 윤 목사가 트위터에 올린 “안철수, 제발 곱게 잠드소서. 밤마다 대통령 꿈꾸지 마시고요”라는 글 등을 리트윗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감에 출석했던 윤석열 당시 국정원 대선개입사건 특별수사팀장은 사실 확인을 보고받았다고 밝혔다.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2013년 10월 21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당시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 특별수사팀장이 답변을 하고 있다. 왕태석 기자.

심지어 국정원 직원의 트위터 계정 중 일부가 십알단 활동에 사용된 정황도 드러났다. 2014년 3월 4일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21부(부장 이범균) 심리로 열린 원세훈 전 국정원장 공판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직원 이모씨가 자신의 것으로 인정한 트위터 계정 21개 중 일부가 십알단 활동에 사용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나아가 국정원 심리전단 안보5팀 소속 김모씨가 정리해둔 보수우파인사 계정 파일 속에서 윤 목사 계정이 발견됐다.

‘국정원 좌파대응 공작’ 수사는 계속 확대되고 있다

검찰 수사는 이명박 정부 당시 국정원의 ‘좌파척결’ 공작 전반으로 확대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 7일 민간인 ‘외곽팀’ 운용을 주도한 민병주(59) 전 국정원 심리전단장을 국고손실과 위증 혐의로 구속하는 등 ‘댓글부대’ 수사를 계속하고 있다. ‘박원순 제압ㆍ공영방송 장악시도 문건’ 등을 작성하거나 보수단체를 지원하는 ‘화이트 리스트’ 사건에 연루된 국정원 2차장 산하 정보관(IO)들도 최근 대거 검찰에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십알단은 검찰이 풀어야 할 의혹의 일부일 뿐이다. 당시 국정원 공작이 정부여당 및 군사이버사령부 공작과 유기적으로 연계된 것으로 의심받고 있다. 2013년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를 못할 만한 외압을 느꼈다”고 증언한 뒤 좌천됐던 윤석열 검사는 4년 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돼 국정원 수사를 지휘하고 있다. ‘적폐청산’에 나선 수사팀의 진상규명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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