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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24시] 대륙이 사랑한 판다 ‘바쓰’ 하늘로…中 애도 물결

입력
2017.09.17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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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 때 계곡서 구조되며 유명

美우호사절ㆍ亞게임 갈라쇼…

37세로 파란만장한 생 마감

중국의 ‘국민판다’ 바쓰가 생전인 올해 1월 37세가 된 기념으로 왕관을 쓰고 축하케이크를 맛보고 있다. 바이두
중국의 ‘국민판다’ 바쓰가 생전인 올해 1월 37세가 된 기념으로 왕관을 쓰고 축하케이크를 맛보고 있다. 바이두

‘자이언트판다 바쓰(巴斯): 1980.11~2017.09, 세계 최고령 판다, 1990년 베이징(北京)아시안게임 마스코트 판판의 모델, 2017년 9월13일 푸저우(福州)에서 사망, 향년 37세’

중국의 대표적 포털사이트 바이두(百度)에서 지난 13일 세상을 떠난 자이언트판다 ‘바쓰’를 검색하면 나오는 설명이다. 해당 페이지에는 1980년 쓰촨(四川)성 바오싱(寶興)현 바쓰계곡에서 태어난 뒤 사망할 때까지 연도별 주요 일지가 정리돼 있고, 2002년 4월14일 오후 3시 눈 수술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한 병력도 상세히 기록돼 있다. 어지간한 유명인사의 부고라고 해도 손색이 없는 내용이다.

바쓰의 사망 당일 중국은 그야말로 애도 물결로 넘쳐났다. 관영 CCTV에선 검은색 정장을 갖춰입은 앵커가 푸젠(福建)성 푸저우의 판다월드를 연결해 생중계를 진행하는 모습이 방영됐고,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도 공식 웨이보(微博) 계정에 바쓰의 일생을 담은 별도 기획물을 내보냈을 정도다.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주요 포털사이트에는 바쓰의 죽음을 전하는 기사가 넘쳐났고, 네티즌은 바쓰의 과거 사진ㆍ동영상 등과 함께 추모의 글을 올렸다.

중국인들의 판다 사랑은 유별나지만, 특히나 바쓰는 각별한 존재였다. 아기 때부터 일거수일투족을 중국인들 모두가 상세히 지켜봐왔기 때문이다. 야생에서 태어난 암컷 판다 바쓰는 4살 때 쓰촨성의 얼어붙은 계곡물에 빠졌다가 현지 주민들에 의해 구조됐다. 바쓰 구조 소식은 당시 매스컴에서 화제가 됐고, 중국인들은 구조된 계곡 이름을 따서 이 암컷 판다에게 바쓰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푸저우 판다월드로 옮겨온 바쓰는 농구공, 자전거 타기 묘기 등을 익혀 많은 사랑을 받았고, 1987년에는 우호사절 자격으로 6개월간 미국 샌디에이고 동물원에 체류하며 250만명의 방문객을 끌어모았다. 1990년 베이징아시안게임 때는 수백만명의 관중 앞에서 갈라쇼를 펼치기도 했다. 매년 생일 바쓰가 케이크를 받는 장면은 주요 뉴스로 전파를 탔고, 사람으로 치면 100살을 훌쩍 넘긴 35살 생일 때는 지역 방송국이 대규모 축하공연을 열기도 했다.

푸저우 판다월드의 담벼락에는 2~3년 전부터 시력을 잃고 이가 다 빠지는 등 급격히 기력이 쇠해진 바쓰의 건강을 기원하는 메시지가 가득하다. 판다의 평균수명이 20년 정도인 걸 감안하면 바쓰는 그야말로 장수했다. 30년 넘게 바쓰를 돌봐온 천위춘(陳玉春) 사육사는 추도사에서 지난 1월 37세가 된 바쓰에게 케이크를 선물한 일을 회상하며 “생일상을 또 한번 차려주고 싶었는데…”라고 말을 잇지 못했다. 웨이보에 올라온 이 영상에는 10만여개의 댓글이 달렸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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