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신과 불통이 근본적인 원인, 재합의안 與가 양보했다지만 근본적 치유 위해 더 관심 필요
野는 방향 정확하게 잡고 나가야… 유족들도 마음의 빗장 풀고 진실규명의 감시자 역할 맡기를
여야가 가까스로 마련한 세월호 특별법 재합의안마저 세월호 유족의 벽에 부딪혀 극도의 정국 혼란이 빚어지는 데 대해 여권이 직접 나서 세월호 유족들에게 신뢰를 보여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월호 유족의 합의안 거부는 정치권과의 소통 부재에다, 특히 여권에 대한 불신 탓이 큰 만큼 국정 운영을 책임 진 여권이 상황을 타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각계 인사들은 20일 이번 사태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는 한결 같이 우리 사회 만연해 있는 불신과 불통을 꼽았다. 김민호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본질적으로 들어가 보면 모든 게 신뢰 부재에서 생긴 문제”라며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여야는 물론 정부까지 믿지 못해 자신들의 뜻이 관철될 수 있는 사람들로 진상을 밝혀달라 요구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안경환 전 국가인권위원장은 “여야가 합의를 해도 (유가족들에게) 수용이 안 되는 것은 결국 그 동안 지적돼 온 정치권 전반의 소통 문제에 기인한다”고 말했다.
특히 유족들이 여당 몫의 특검 추천위원 2명에 대해 사전 동의를 받도록 한 합의안에 대해 거부한 것은 그간 국정조사 등에서 보인 여당과 정부의 비협조에 기인하는 만큼 여당이 야당에만 문제를 떠넘길 일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안 위원장은 “법적으로는 역할을 다했을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대통령 옆에 있는 여당이 이 문제를 피해서 넘어가자는 느낌을 주고 있다”며 “외형적으로는 여당이 양보했다고 하지만 근본적인 치유에 대한 생각은 여당에서 좀 더 관심을 갖고 풀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도 “유가족들 입장에서는 청와대나 여권이 7ㆍ30 재보선 전에 보여준 진솔한 자세를 보여주지 않아 정권을 믿지 못하는 것”이라며 “세월호 특별법 처리를 위해서는 유가족들의 이러한 정서적인 부분을 만족시켜 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직접 유가족들을 만나 신뢰를 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현 시점에서 박 대통령이 직접 유가족들을 만나는 것은 난국을 타개할 수 있는 돌파구가 될 수 있는 지점”이라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이 나설 경우 여야 정치의 무능을 확인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배규한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며 정치권의 역할이 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야당에 대해서는 더 이상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며 정확하게 방향을 잡고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김윤철 경희대 후마니타스칼리지 교수는 “야당이 세월호 문제를 사회 전반의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공적 의제로 만들어 긴 시각에서 유가족의 이해를 충분히 구하며 함께 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들도 정치권에 대한 마음의 빗장을 풀고 침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외부적으로 비쳐진 유족 측의 강경 기류가 자칫 사회적 고립을 유발해 상처를 키울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유가족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하지만 현 상황에서 계속 강경하게 나가기 보다는 여야 정치권이 진실을 규명하는데 있어 감시 감독하는 역할을 맡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인명진 갈릴리교회 목사는 “단식 등으로 유가족들이 극한 상황에 몰려가고 있다는 점이 걱정”이라며 “이제는 유가족들도 양보하고 증인 채택 등에서 (자신들의) 입장을 더 반영하는 식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성환기자 bluebird@hk.co.kr 김현우기자 777hyunwo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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