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씨 등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들이 평창동계올림픽 관련 이권에도 개입한 정황이 속속 드러나는 가운데 이번엔 평창동계올림픽과 연계된 평창문화올림픽 사업 예산이 무리하게 추진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문화체육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평창문화올림픽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개·폐회식장을 활용한 야외공연 사업을 추진했다. 이 사업은 2017년 70억원, 2018년 130억원 등 총 200억원을 들여 평창동계올림픽 개ㆍ폐회식장에서 대형 야외공연을 상설 개최하는 내용이다. 관계자들은 개·폐회식장 설계변경이 확정된 직후 거액의 공연 예산안 무리하게 추진된 정황 등을 비춰 볼 때 ‘차은택 예산’이 아니었겠냐고 의심하고 있다.
이 사업은 올해 3월 계획안이 수립된 뒤 내부 적정성 심사위에서 심의를 거쳤지만 결국 기획재정부의 예산 심사에서 제동이 걸렸다. 당시 예산안 적정성 심사에 참여했던 관계자는 “예산 규모에 비해 계획이 형편없고 조잡해 적정성 자체를 논하기 힘들었다”며 “사용 계획이 구체적이지 않고 항목과 금액 정도만 나열한 정도여서 문제가 많았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일부 심사위원의 경우 공식 의견서를 내기 전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뒤 심사위원 명단에서 제외된 정황도 포착돼 문화올림픽 예산 적정성 심사 자체가 요식행위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인사는 “심의라고 해도 심사위원 대부분이 정부에서 추진하는 사업과 얽혀있어 제대로 된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실정이다”고 전했다.
이 행사와 연관된 개ㆍ폐회식장의 설계 변경에 대해서도 의문이 일고 있다. 당초 강원 평창군 대관령면 횡계리 고원훈련장 일원에 조성되는 개ㆍ폐회식장은 체육행사도 하고 문화공연도 할 수 있도록 4만석 규모의 4각형 스타디움 형태로 설계됐다.
그러나 지난 1월8일 갑자기 설계변경이 확정되며 규모가 3만5,000석 규모로 축소된 뒤 모양도 5각형으로 바뀌었다. 이렇게 되면 이상한 모양 때문에 올림픽 이후 개ㆍ폐회식장 터에서 운동 경기 등 체육 행사조차 진행하기 어렵다는 게 체육계 및 지역 주민들의 반응이다. 그렇다고 문화 공연을 하기도 쉽지 않다. 공연 전문 기획자인 A씨는 “관객의 시선 및 출연자의 동선, 음향 조정과 조명 설치 등을 고려하면 5각형 건물은 공연을 하기에 좋은 환경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특히 공사 수주 과정에서 최순실씨 회사인 더블루K와 손잡은 스위스 건설회사 누슬리의 건설 수주 입찰 논란이 일었고 조양호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이 누슬리 참여를 거부한 직후 교체됐다는 증언도 나온 상태다.
일부에선 개ㆍ폐회식장의 사후 활용 계획도 없는 상황에서 예산만 늘렸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문화계에서는 기재부 예산심사를 통과하지 못한 200억원대 문화행사도 이 같은 지적에 따라 급조된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정부는 문체부 주도로 평창문화올림픽을 추진 중으로 관련 예산은 290억6,000만원이마련된 상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올림픽을 치르는 강원도의 문화행사에는 정부 지원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즉 올림픽 관련 문화행사는 문체부가 주도권을 쥔 채 끌고 가는 셈이다. 강원도청 관계자는 “도에서 자체적으로 마련한 문화올림픽 관련안은 국고 지원을 받지 못했으며 문체부의 예산지원안들은 속속 통과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문화올림픽 사업 실무를 맡고 있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관계자도 “현재까지 시행된 사업은 대부분 문체부가 기획을 했다”며 “민간 참여를 늘리기 위해 11월 중 문화예술 단체나 개인에게 사업을 공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야당측에서는 문화올림픽 예산안 290억원 중 97억원 가량이 ‘최순실 게이트’와 얽힌 것으로 지목하고 있다.
기재부와 문체부도 최순실 게이트가 터진 뒤 문화올림픽 관련 예산에 ‘최순실 예산’이 포함됐는지 추가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문체부 관계자는 “최근 진행된 ‘동아시아 시인대회’등 현재까지 시행된 문화올림픽 예산 집행은 매우 적었다”며 “향후 문화올림픽을 담당하는 별도의 조직을 꾸려 예산 활용과 지자체 협력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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