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과 최씨의 무속 신앙 연관성을 꺼내 들고 나서 눈길을 끌고 있다. 오래 전부터 이어져 온 두 사람의 관계가 상식적으로는 이해하기 힘들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공식 석상에서 좀처럼 등장하지 않는 무속 관련 언급을 한 것.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26일 비선실세 최씨 의혹에 대해 “지금 상황은 박근혜 대통령께서 최태민, 최순실의 사교에 씌어 이런 일을 했다고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사교(邪敎)에 대해 최 목사가 한때 내세운 영생교라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미르ㆍK스포츠 재단도 (이름을) 연결시키면 미륵(미르+K(ㄱ))이라고 한다. 미륵이란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최순실씨 선친인 최태민 목사다. 그는 스스로를 미륵이라고 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최순실 대통령’, ‘박근혜 부통령’이라는 말까지 시중에는 나돌고 있다”며 “심지어 최순실 대통령이 독일 순방을 마치고 귀국해야 모든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는 말도 하고 있다”고 비꼬기도 했다. 최 목사는 1970년대 박 대통령과 인연을 맺은 계기가 된 새마음봉사단의 총재를 지내기 앞서 불교와 기독교, 천주교의 교리 일부를 통합한 영생교를 세운 인물이다. 그리고 그의 이런 종교는 딸 최순실씨에게 이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날 기자들과 만나 “최순실씨가 10년 가까이 독일에서 유아교육 관련한 공부를 하고 돌아와 육영재단에 합류했다는 말이 있다”며 “과연 최씨가 공부한 분야가 유아교육인지가 석연치 않다”고 말했다. 이어 “독일은 예로부터 (마틴) 루터의 종교 개혁이 일어나고 심령술이나 무속 등이 활발했던 곳”이라며 최씨의 과거 행적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김종민 의원도 이날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해외순방표에 최 씨가 자필로 보라·빨강·하얀 색깔을 써서 대통령의 옷 색깔을 집어 넣었다”면서 “전문가 얘기를 들어보니 대통령 사주와 색깔의 궁합을 맞춰서 최 씨가 대통령 신변 안전을 위해 색깔을 지정했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씨가 주술적 멘토란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믿을 수 없다”며 “그런 게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대한민국 국정시스템이 대응해야 한다. 박 대통령 개인에게 맡길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이에 이원종 대통령 비서실장은 “저런 문제에 조금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답했다.
박상준 기자 buttonp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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