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이충재
논설위원

등록 : 2017.04.10 19:24

[이충재칼럼] 문재인ㆍ 안철수 ‘파트너’를 공개하라

등록 : 2017.04.10 19:24

유권자 두 후보 국정능력에 불안감 커

실패한 박근혜 정권 되풀이 안 하려면

최소한 총리ㆍ비서실장 미리 제시해야

왼쪽부터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한국일보 자료사진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를 향한 불안의 요체는 패권주의와 적폐청산이다. 집권하면 ‘친문세력’이 제왕적 대통령의 권력을 휘둘러 반대파를 제압할 거라는 우려가 적지 않다.

대통령 권력 분산을 핵심으로 하는 개헌 주장도 따지고 보면 박근혜가 아닌 문재인을 겨냥한 측면이 크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에 대한 불신은 초미니 집권여당의 한계와 그의 국정 경험 부재로 요약된다. 안철수 개인과 당의 리더십 논란이 대통령 당선 후의 국정운영 능력에 확신을 주지 못하는 것이다.

문제는 두 후보에 대한 불안과 불신이 대선까지 남은 한 달 동안 해소될 수 없는 구조적 요인이라는 데 있다. 표를 얻기 위해 이런저런 약속을 할 수는 있으나 패권이나 리더십 같은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리 만무하다. 정권을 잡은 뒤 태도가 돌변해도 별다른 제재수단이 없다는 걸 박근혜 정권이 보여 줬다.

이런 위험을 덜 수 있는 대안으로 거론되는 게 ‘섀도 캐비닛(예비내각)’공개다. 새로 들어서는 정부의 주요 공직자 후보 명단을 사전에 알려 국정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국정의 성패는 대통령 개인의 자질뿐 아니라 국정 핵심 세력과 어떤 팀 리더십을 만들어 내느냐에 따라 좌우된다. 유권자들이 선거 전에 권력 실세의 면면을 안다면 불안감이 해소돼 후보 선택에도 도움을 준다.

문재인 측은 예비내각 명단 공개를 계획했다가 엉터리 명단이 유포돼 잡음이 불거지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 경선 때는 내부 분란의 소지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후보로 확정된 후에는 그런 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주저할 이유가 없다. 안철수 측은 예비내각 발표가 집권 이후 협치의 틀을 갖추는 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논리로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집권 후 대탕평에 대한 국민의 요구가 커질 경우 일부를 바꾼다 해도 비난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특히 보수의 대표주자로 인식되고 있는 안 후보는 어떤 인물과 국정을 펼칠지를 궁금해하는 유권자가 적지 않은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당내 사정과 일부 부작용을 꺼려 예비내각 전면 공개가 어렵다면 최소한 국무총리와 대통령 비서실장만이라도 공개했으면 한다. 초대 총리와 비서실장은 새 대통령의 인사와 리더십, 국정 비전을 응축해 보여 줄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역대 대통령은 초대 총리 인선을 통해 차기 정부의 방향을 제시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DJP연합 파트너였던 김종필을 초대 총리로 내세웠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급작스런 개혁에 대한 반대파의 불안감을 잠재우려 ‘행정의 달인’인 고건을 지명했다.

박근혜 탄핵 후 출범하는 새 정부는 국무총리의 권한이 실질적으로 보장되는 책임총리가 기정사실화돼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독립적 권한과 위상을 갖는 총리를 통한 제왕적 대통령 견제 요구가 높아졌다. 총리 역할이 막중해진 만큼 미국 부통령처럼 총리 후보를 러닝메이트로 공개해 유권자들의 선택을 받도록 해야 한다.

대통령의 그림자나 다름없는 비서실장을 누가 맡느냐가 상황에 따라서는 더 중요한 문제가 될지 모른다. 권력은 거리에서 나온다는 말처럼 비서실장은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게다가 여소야대 정국에서 총리 후보 국회 통과가 난항을 겪을 경우 사실상 비서실장이 총리 역할까지 감당해야 할 판이다. 비서실장은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니어서 위험 요인도 그만큼 크다고 할 수 있다. 자칫 ‘제2의 김기춘’이 나오지 말란 법도 없다.

경제불황과 안보위기, 청년실업 등 차기 정부가 직면한 과제는 어느 것 하나 쉬운 게 없다. 1987년 개헌 이후 처음으로 인수위원회도 없이 출범해야 한다. 미리 예비내각을 공개해 준비하지 않으면 시작부터 허둥대다 난관에 봉착할 가능성이 많다. 총리와 비서실장 후보 공개는 지금 이 시기 대선 후보들의 의무다. 문재인, 안철수는 자신들이 제시할 수 있는 최선의 인물들을 공개해 유권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받기 바란다.

cj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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