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적향상 위해서라면 눈감아주는 교육계 인식변화 시급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한 행동장애 고교생이 4층 교실에서 뛰어내린 경북 안동의 한 고교(본보 8월5일자 26면 보도)에서 교사들도 성적향상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수시로 몽둥이 체벌을 한 사실이 확인됐다. 학교 주변에서는 여전히 성적향상을 위한 교사들의 과도한 체벌을 ‘사랑의 매’로 미화하는 경우도 많아 교육계 전반의 인식변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안동 K고 학생과 학부모 등에 따르면 A교사는 분기별로 시험성적이 나오면 100점 만점에 학생들의 점수를 뺀 숫자만큼 ‘윤리봉’이라고 부르는 밀대자루로 엉덩이와 허벅지를 구타했다. 일부 학생들은 며칠동안 제대로 의자에 앉지도 못하고 잠도 엎드려 잘 정도로 후유증이 심했지만 불이익이 두려워 항의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한 학생은 “A교사가 ‘신고할 테면 해봐라, 끝까지 찾아가 족치겠다’고 말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B교사도 수업시간에 문제를 틀리거나 숙제를 해오지 않는 학생에게 ‘치토스’라는 이름의 몽둥이로 허벅지와 손바닥을 때린 것으로 알려지는 등 교사들이 학교폭력의 가해자가 되고 있다.
이에대해 A교사는 “학생들의 성적향상을 위해 체벌한 적은 있지만 학부모의 항의를 받고 중단했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9월 고교 1학년이던 이 학교 C군은 동급생들의 집단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4층 교실에서 뛰어 내려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었고, 그 충격으로 장애 4급 판정을 받은 후 2년째 학업을 중단한 채 치료를 받고 있다.
당시 C군의 부모 D(45)씨는 고소장을 통해 ‘가해 학생들이 아들 책상에 가래침을 뱉고 쓰레기와 휴지 등을 서랍에 넣어 두는가 하면 금품을 뺏고 틱 행동을 흉내내는 등 수시로 괴롭혔는데도 교육청에 허위 축소보고하면서 이중고를 겪었다’고 주장했다.
D씨는 “아들이 지난해 학교에서 뛰어내린 후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를 통해 교사들의 심각한 학교폭력도 함께 지적했으나 이를 사랑의 매로 생각하자는 주변의 눈총 때문에 덮을 수 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군대나 교도소에서도 엄격하게 체벌을 금하고 있는 마당에 학교에서 이를 묵인하고, 관리감독해야할 교육당국도 수수방관하는 것은 모두가 공범이라는 얘기”라고 성토했다.
학교 관계자는 “체벌 여부는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고 있으나 학생과 교사들을 상대로 사실 확인을 한 후 개선하겠다”고 말했다. 경찰도 D씨가 10월에 제출한 고소장을 검토, 관련 교사들을 상대로 조사를 할 방침이다.
권정식기자 kwonjs5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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