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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서강 기자

김주영 기자

등록 : 2017.11.12 11:00
수정 : 2017.11.12 11:52

서울대 백색소음으로 수능대비… 합격 기원 신풍속

[View&]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수능 D-4

등록 : 2017.11.12 11:00
수정 : 2017.11.12 11:52

유튜브에 게시된 ‘수능대비 백색소음 모음’ 영상. 유튜브 캡처

유튜브에 게시된 ‘수능대비 백색소음 모음’ 영상. 유튜브 캡처

‘수능 대비 서울대 도서관 백색소음 모음’ 영상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서울대 도서관의 일상적 소음을 들으면서 공부를 하면 집중이 잘 될 뿐 아니라 ‘좋은 기운’을 받아 성적이 오를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해당 영상은 12일 현재 유튜브 조회수 약 11만회를 기록하고 있다.

#1 서울대 백색소음으로 적응훈련

서울대에서 녹음한 다양한 백색소음을 실제 수능 시험시간인 9시간 분량으로 편집한 이 영상은 시험장과 유사한 소음을 시간 대 별로 들으면서 시험 당일의 환경 적응력을 높이는 효과를 노린다. 영상을 재생하면 ‘1교시 국어 08:40~10:00(80분) /서울대학교 관정관 백색소음’이라고 표시된 정지화면과 함께 기침소리, 책장 넘기는 소리 등 잔잔한 소음이 80분간 흘러나온다. 2교시 수학영역은 의대, 3교시는 경영대 도서관 순으로 이어진다. 휴식이나 점심시간은 스터디룸의 소음 또는 빗방울 소리 등으로 채웠다.

영상에 달린 댓글 중에는 “수능 시간에 맞춰 편집되어 공부하기 수월하다” 등 긍정적인 내용이 상당수다. 백색소음 영상 덕분에 실제 효과를 봤다는 경우도 있다. 수험생 정지원(21)씨는 “얼마 전 치른 모의고사에서 1교시 국어영역 때 들었던 잡생각이 사라졌다. 백색소음을 들으며 공부를 했더니 집중력이 높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진학을 목표로 하는 특정 학교의 소음을 올려달라는 수험생들의 의뢰가 많아지면서 최근에는 서울대뿐 아니라 연세대, 고려대, 이화여대 등 주요 대학 도서관의 백색소음 영상도 등장했다.

에어컨 바람 소리나 사각거리는 필기 소리 등 무의미한 소음이 합쳐진 백색소음은 편안함과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숭실대학교 소리공학연구소 배명진 교수는 “실제로 백색소음을 들으며 공부했을 때 집중력이 35% 향상했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면서 “여기에 본인이 목표로 하는 대학의 소음이라는 점이 심리적 효과를 극대화시키는 일종의 ‘플라시보’ 효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배교수는 다만, “장시간 이어폰으로 들을 경우 청력이 손상될 수 있으니 가급적 헤드폰이나 스피커를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권했다.

‘수능대비 서울대학교 도서관 백색소음’ 영상의 음파 이미지. 화면 아래 연속적으로 나오는 분홍색 음파가 백색소음이다. 간혹 나타나는 긴 길이의 분홍색 음파는 책장을 넘기는 소리, 볼펜을 떨어트리는 소리로 ‘준 백색소음’으로 분류된다.

#2 SNS에선 수능 대박 기원 공약 이벤트

수능이 코 앞에 닥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수험생들의 간절함이 SNS상에서 다양한 공약 이벤트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재수생 윤모(20)씨는 지난 6일 ‘트위터에 수능 결과가 좋을 경우 리트윗 해준 이들 중 한 사람에게 현금 2만원을 지급한다’는 이벤트를 열었다. 이벤트 개설의 동기는 ‘SNS상에서 무언가를 걸고 바라는 걸 올리면 이루어진다’는 소문이었다. 윤씨는 “소문이라도 믿어야 수능 압박감을 조금이라도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시작했지만 실제로 불안감이 해소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수험생 안수정(18)씨 역시 본인의 수시 합격 기원 이벤트를 트위터 상에서 열었다. 인기 아이돌의 앨범을 당첨 상품으로 걸었는데 현재 1,100회 이상 공유됐다. 안씨는 "게시글이 리트윗 될수록 나를 응원하는 사람이 많아지는 것 같아 기대감과 자신감이 붙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현상을 시험으로 인한 불안감 속에서 어딘가에 의존하고 싶은 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시험을 앞둔 수험생들은 이런 이벤트를 통해 여러 사람들의 지원을 받는 듯한 심리적 안정감을 얻는 것 같다” 면서 “좋은 의도라도 상품이나 현금을 걸 경우 자칫 물질주의에 빠질 수 있고 리트윗 횟수 등에 몰입한 나머지 비슷한 이벤트를 하는 수험생들에게 지나친 경쟁의식을 갖게 되는 점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수능 대박 기원 공약 이벤트. 트위터 캡처

수시합격 기원 공약 이벤트. 트위터 캡처

수험생 정하늘(18)씨는 최근 ‘걱정을 대신 들어준다’는 걱정인형을 선물 받았다. 매일 밤 “수능 전까지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도와달라”는 말을 걱정인형에게 건네며 걱정을 털어놓는다.

#3 걱정인형에 SKY 대학 로고 초콜릿 선물도

고3 수험생 정하늘(19)씨가 믿는 수능 성공 기원 아이템은 ‘걱정인형’이다. 인형에게 “수능이 얼마 안 남았는데 감기에 걸리면 어떡하지?” 라고 걱정거리를 털어놓고 베개 밑에 넣어두면 자신의 걱정을 인형이 가져간다는 속설을 정씨는 믿는다. “미신이라고들 하지만 수능이 닥치니까 그냥 다 의지하게 되더라고요.” 그는 “마음이 편안해진 것도 같고 복통이나 편두통도 한결 나아진 기분”이라고 말했다.

불안감으로 약해진 수험생들의 의지를 북돋는 데 목표 대학의 로고가 부착된 수능 응원 선물도 효과적이다. 서울대의 경우 수능 선물용 약콩 초콜릿이나 캠퍼스 풍경을 담은 ‘서울대 컬러링 북’ 판매가 늘어났고, 고려대는 ‘고대빵’ 로고가 찍힌 마카롱 등 신제품까지 출시하며 수능 대박 기원 행사를 열고 있다. 연세대 역시 지난 2일 ‘연세대학교 밀크초콜릿’을 출시하고 수능 수험생을 위한 응원 선물로 추천했다. 초콜릿은 집중력을 향상시키고 활기를 되찾게 해주는 ‘브레인 푸드’로 알려져 있다.

박서강기자 pindropper@hankookilbo.com

김주영기자 will@hankookilbo.com

박미소 인턴기자

서울대 약콩 초콜릿(왼쪽)과 컬러링북.

연세대학교 밀크초콜릿(왼쪽)과 고대빵 마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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