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23일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찾았다. 설을 앞두고 부모인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묘소에 성묘하기 위해서라고 청와대는 설명했다. 박 대통령이 지난 달 9일 국회의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가 정지된 이후 청와대 경내를 벗어난 건 처음이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45분쯤 현충원에 도착해 10여분 동안 머물렀다”며 “명절을 앞두고 원래 부모님 묘소에 다녀 오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취임 후 해마다 설과 추석 직전에 최소한의 경호인력만 대동하고 현충원에서 비공개로 ‘나홀로 성묘’를 해왔다. 이번 방문에도 최소한의 인력만 수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후 40여일 간 청와대 관저에서 칩거해왔다. 특히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과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수사에도 협조하지 않은 채 일절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특검팀이 요구하는 대면조사에도 응하지 않는 상황에서, 이번 현충원 방문은 의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박 대통령이 ‘누군가를 만났다’는 말도 나오지만 청와대는 “소문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박 대통령은 직무정지 직전인 지난달 1일 화재로 피해를 입은 대구 서문시장을 깜짝 방문했다. 당시 지지층 결집을 위한 행보라는 비판적인 반응 속에 시장 상인들은 박 대통령을 싸늘하게 맞이했고, 박 대통령은 별다른 말을 나누지 못한 채 쓸쓸하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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