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씨 일가 승마 지원 혐의
제3자 뇌물죄 적용 유력
최고 무기징역까지 가능
朴, 기업들 민원 청탁 받고
추가 기부금 요청했는지도 뇌관
차은택ㆍ장시호 수사 결과도 관심
20일 최순실(60)씨 구속기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의 ‘핵’으로 지목됐지만 아직 드러나지 않은 뇌관이 남아있다. 검찰이 추가로 수사하겠다고 예고한 대통령의 뇌물죄다. 뇌물죄는 법리적 요건은 까다롭지만 뇌물 금액에 따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적용으로 징역 10년 이상,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가 가능해 다른 범죄에 비해 파장이 크다.
이날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지검장) 관계자는 대통령의 제3자 뇌물 수수 혐의에 대해 “앞으로 수사할 것”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개시되기 전까지 최대한 박 대통령 혐의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주변에선 이미 주요 단서를 상당부분 확보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통령에 대한 뇌물수수, 특히 제3자 뇌물죄 적용이 가장 유력한 것은 삼성그룹의 최씨 일가 지원이 꼽힌다. 삼성 측은 미르ㆍK스포츠재단 출연금(204억원) 외에 지난해 9~10월 최씨와 딸 정유라(20)씨의 회사인 독일 회사 비덱스포츠(前 코레스포츠)에 280만유로(약 35억원)를 지원했다. 최씨 등에게 직권남용 혐의가 적용된 ‘강요된 재단 기금 출연’과는 달리, 삼성의 최씨 일가 직접 지원은 부정청탁에 대한 대가성의 소지가 있다. 국민연금의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 찬성이 그것이다. 삼성은 지난해 국민연금의 찬성에 힘입어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을 1 대 0.35 비율로 합병했는데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관리공단은 이 합병으로 5,900억원 상당의 손실을 입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삼성으로 하여금 최씨 일가에 자금을 지원토록 하고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와 관련해 주무 부처인 보건복지부에 직ㆍ간접적인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검찰은 앞서 정씨의 승마훈련 등 독일 활동을 지원하는데 깊숙이 개입한 것으로 알려진 장충기(62)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차장(사장급) 및 삼성전자의 박상진 사장 겸 승마협회 회장, 황성수 전무 겸 승마협회 부회장을 소환조사 했다. 삼성의 과거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계승한 미래전략실의 핵심 임원인 장 사장이 검찰 수사선상에 오른 것은 최씨 일가에 대한 부당한 자금 지원에 삼성 수뇌부가 깊이 개입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검찰은 조만간 장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하고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삼성 측은 “승마협회 차원의 지원일뿐 최씨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또한 검찰은 지난해 7월과 올 2월, 박 대통령과 단독 면담을 진행한 대기업 총수들이 각종 민원 등 부정 청탁을 하고 최씨와 관련된 사업에 자금을 지원하려 했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살펴보고 있다. 지금까지는 총수들과 독대하며 미르ㆍK스포츠재단의 기금 출연을 요청한 사실만 드러났지만, 박 대통령이 기업들로부터 민원 청탁을 받고 추가 기부금 등을 요청한 정황이 드러나면 제3자뇌물죄 적용이 가능하다. 제3자뇌물죄는 공직자가 금품을 요구하거나 공여를 약속만 한 경우에도 성립이 되기 때문에 실제로 돈이 오가지 않고 요구 또는 합의만 있어도 처벌할 수 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린 광고감독 차은택(47ㆍ구속)씨와 최씨의 조카 장시호(37)씨의 수사 결과도 관심을 모으고 있다. 두 사람은 각각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종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을 매개로 각종 이권 사업에 부당하게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는데, 최씨 등을 통해 박 대통령과 공모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최씨가 딸 정유라(20)씨의 승마대회 성적에 불만을 표명한 뒤 경찰 수사와 문체부 감사가 진행됐던 사건과 관련, 감사를 맡았던 문체부 국장과 과장이 경질된 것도 사실상 박 대통령의 지시에 의한 것이었던 만큼 박 대통령이 다른 사업에도 개입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조원일 기자 callme11@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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