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한 5년 만료 코앞 "청구에 한계"
"관료주의적 업무 처리" 비판 일어
법무부가 친일파 이해승 후손의 300억원대 재산 환수에 실패한 이후 재심마저 포기해 비판이 제기된다. 이해승 후손은 2010년 10월 28일 국가귀속 처분 취소청구 소송에서 대법원 판결을 통해 승소했다. 이 경우 재심을 통해 다시 판결을 청구할 수 있으나, 법무부는 재심 제기 기한 만료를 코앞에 두고도 아무런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민사소송법상 재심 청구 기한이 5년인 점을 감안할 때, 이달 28일이 지나면 이해승 후손의 재산 환수작업은 사실상 종결된다.
23일 법무부 관계자는 이해승 재산 재심 청구와 관련해 “법상 재심사유가 된다고 보기 어려워 재심 청구를 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 사건이 민사소송법상 재심이유인 ‘판결의 증거가 된 문서, 그 밖의 물건이 위조되거나 변조된 것인 때’ ‘판결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사항에 관해 판단을 누락한 때’ 등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법무부가 대법원의 판단을 받지도 않고 재심을 포기하는 것은 관료주의적 업무 처리라는 지적이다. 이 사건에 대해 1심과 2심이 엇갈린 판결을 했지만 대법원은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했기 때문이다. 광복회 고문변호사인 정철승 변호사는 “이해승 판결은 친일재산 소송 가운데가 규모가 역대 최대 규모일 정도로 사안의 중대성과 역사성이 있다”며 “하급심의 판단이 엇갈렸는데도 대법원이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했기 때문에 법무부가 재심 청구를 통해 충분한 심리와 판단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변호사는 이어 “그럼에도 5년 동안 시간만 끌다가 재심 청구를 못하겠다는 법무부의 입장은 사안의 중대성과 역사성을 이해하지 못한 관료주의의 전형”이라며 “친일 행위자를 조사만 해놓고 제대로 처벌은 하지 못한 반민족행위특별조사위원회와 다를 것이 없다”고 했다.
법무부가 지난 5년간 재심청구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시간을 끌어온 점도 비판을 받고 있다. 광복회 관계자는 “법무부는 재심청구 여부를 묻는 광복회의 민원질의에도 시간만 끌다가, ‘성실히 검토하겠다’는 회신만 보내오고 방향성을 제시하지 않은 채 지난 5년여를 다 보냈다”고 말했다.
일제 치하에서 조선인 중 최고위인 후작 작위를 받은 친일파 이해승의 후손은 대형 로펌들을 선임해 국가를 상대로 모두 5건의 소송을 제기해 2건은 패소하고 1건을 승소했다. 나머지 2건은 대법원에 계류 중이다.
김청환기자 ch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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