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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기업 2.0] 기술력의 힘, 세상을 바꾸는 착한 기업들

입력
2017.11.27 04:40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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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속 쓰레기통은 2015년 2월 서울 종로구 율곡로 종로경찰서 앞 인도에 설치됐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이라면 여느 쓰레기통과는 다르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시간의 때가 묻어 외관은 낡았지만, 쓰레기통 맨 위에는 태양광 발전 패널이 적용됐고 쓰레기 투입구 위에선 적재량을 표시하는 녹색 램프가 깜빡거린다. 쓰레기가 차면 위에서 X자 형태 프레임이 내려와 사람이 발로 밟듯 압축한다. 일반 쓰레기통보다 최대 8배 많이 담을 수 있어 수거 비용을 줄여준다. 적재량 등 데이터는 사물인터넷(IoT)을 통해 관리자에게 전송된다. 스스로 작동하는 압축기 등에 필요한 에너지는 낮에 태양광 발전으로 만든 전기다. 배터리가 내장돼 24시간 쓰레기통을 깨어있게 한다.

똑똑한 쓰레기통은 거리에 쓰레기통이 넘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20대 청년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했다. 권순범(29) 대표가 2011년 7월 창업한 소셜 벤처 이큐브랩의 스마트 쓰레기통 ‘클린큐브’는 국내 주요 공원 대학가 관광지 등에 설치됐고 콜롬비아 싱가포르 홍콩에 수출된 데 이어 올해 1월 미국 수도 워싱턴시에도 진출했다.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량이 약 500대였는데, 올해는 국내외에서 벌써 1,000대 넘는 계약이 성사됐다. 이큐브랩 도길록(29) 이사는 “창업 멤버 6명으로 출발해 현재 직원은 30여 명으로 늘었고 경기 김포시에 공장을 세워서 직접 생산까지 한다”고 말했다.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며 영리활동을 하는 사회적기업이 진화하고 있다. 취약계층 단순 일자리 제공에서 벗어나 첨단 기술로 무장하며 새로운 혁신의 동력으로 부상했다. 지난달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사회적기업이 모여있는 성동구 성수동에서 일자리위원회를 주재하며 “사회적 경제는 고용 없는 성장과 경제적 불평등을 극복할 대안“이라며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사회적경제기본법, 사회적가치실현기본법 등을 연내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양극화 완화와 새로운 일자리 창출의 보고(寶庫)가 될 것으로 기대해 적극적인 정책적 지원에 나서겠다는 선언이다.

26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에 따르면 국가인증 사회적기업 중에도 공유경제ㆍ공정무역, 정보통신기술(ICT)에 기반을 둔 ‘혁신형 사회적기업’들이 증가 추세다. 이런 기업들은 2010년 말 64개에서 올해는 203개로 3배 증가했다. 이뿐만 아니라 본 인증 이전 지방자치단체 예비인증과 소셜 벤처 단계에는 셀 수 없이 많은 혁신형 사회적기업들이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7만 개에 이르는 사회적기업이 약 100만 개의 직업을 만들어내는 영국처럼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사회적기업진흥원 이대영 창업육성본부장은 “사회적 경제와 이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이 시장경제 체제의 빈 곳을 메우며 사업적으로도 성공하는 모델이 속속 탄생하면 일자리 창출과 양극화 완화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창훈 기자 chkim@hankookilbo.com

1_사회적-기업/2017-11-26(한국일보)
1_사회적-기업/2017-11-26(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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