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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종교인구 변화에 의아ㆍ충격ㆍ고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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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계, 종교인구 변화에 의아ㆍ충격ㆍ고심

입력
2017.01.08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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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회에서 무종교 인구가 종교가 있는 인구를 앞질렀다. 종교계 지각변동과 탈종교화 추세에 대한 종교계의 고심이 깊다.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사회에서 무종교 인구가 종교가 있는 인구를 앞질렀다. 종교계 지각변동과 탈종교화 추세에 대한 종교계의 고심이 깊다. 게티이미지뱅크

종교계가 ‘종교 인구 통계’의 숨은 뜻을 파악하느라 분주하다. 탈종교화는 전세계적 추세이나 국내에서 종교를 갖지 않는 인구가 처음으로 절반을 넘은 데다, 1위 종교의 자리도 개신교가 불교를 추월해 처음 차지하는 등 상징적 변화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반색하면서도 의아하고(개신교), 충격 속에서 반성하고(불교), 담담한 듯 고심하는(천주교) 등 주요 종단의 표정이 복잡미묘하다.

유일하게 교세 확장한 개신교

“예배 참석 않는 가나안 성도와

이단이 포함됐을 가능성” 해석

통계청이 지난달 19일 발표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개신교는 주요 종교 중 유일하게 교세를 확장했다. 개신교 신자는 2005년 844만6,000명이었는데, 지난해 그 인구가 967만6,000명으로 14.6% 늘었다.

하지만 교회 안팎의 표정이 밝지만은 않다. 피부로 와 닿는 감소세와는 사뭇 동떨어진 결과에 주요 단체부터 어리둥절한 기색이다.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강석훈 목사는 “감리교단 등 각 교단에 올라오는 보고는 뚜렷한 교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이 때문에 조사결과를 곧이곧대로 이해하기 보다 의미를 분석하려는 시도가 많다”고 설명했다.

첫 번째 해석은 성경을 열심히 읽거나, ‘크리스천’의 정체성은 가지고 있어도 교회에 적을 두거나 예배에 출석하지 않는 ‘가나안 성도’가 늘고 있다는 가정이다. 이들이 교회를 떠나는 이유는 대형교회 및 교단의 세속화, 목회자에 대한 실망 등 다양하다. 복음주의 운동가인 양희송 청어람아카데미 대표는 저서 ‘가나안 성도, 교회 밖 신앙’(포이에마 발행)에서 “100만명 규모로 추산되는 가나안 성도들의 존재는 교회에 적잖은 물음을 던지고 있다”며 “교회 밖에서도 나름의 건강한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꼭 부정적으로만 볼 현상은 아니다”라고 강조한다. 또 다른 해석은 시한부종말론을 주장하거나, 교주를 신격화 하는 소위 이단이 개신교로 분류됐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들 교인들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스스로를 개신교로 분류하기 때문이다.

한국교회탐구센터 등이 5일 서울 성북구 성복중앙교회에서 연 특별포럼 ‘개신교는 과연 약진했는가’에서도 자축보다는 “가나안 성도 현상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 “사회의 신뢰를 받기 위해 더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제언이 쏟아졌다.

신도 수 1위 추월 당한 불교

포교 무관심 반성하면서도

통계 조사 방식에 의문 제기

반면 불교계는 숫자로 다가온 위기에 “올 게 왔다”면서도 충격을 받은 분위기다. 대한불교조계종은 “조사방식에 의문이 있다”며 최근 통계청에 정보공개청구도 요구했다. 조계종의 한 관계자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대안이 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반성하고 자성의 계기로 삼자는 정서가 크다”면서도 “다만 통계의 과학성 부분을 검증해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간 불교계가 상대적으로 미래세대를 위한 포교에 무관심했던 만큼 ‘죽기 살기’로 선교하는 개신교가 확장세를 보이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역동적 변화 없는 천주교

냉담자 등 신도 감소 우려

역동적 변화가 없는 천주교의 경우 대체로 담담한 가운데서도 신자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천주교의 경우 자체 통계(566만명)와 통계청 조사(389만명)의 차이가 크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자체 통계가 세례를 받은 이의 숫자를 기반으로 하는 점을 감안하면, 세례 받고도 스스로를 타종교인으로 분류하거나 무교로 인식하는 이들이 나왔을 가능성도 있다.

3년 넘게 적극적으로 활동하지 않는 ‘냉담자’, ‘냉담교우’도 적지 않다. 전체 통계는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전, 광주, 수원 등 각 교구가 파악하는 냉담자의 비율은 41~51% 수준이다.

무신론자, 인구 첫 절반 넘어

美ㆍ유럽처럼 탈종교 현상 뚜렷

각 종교를 관통하는 고민은 역시 탈종교화다. 전체 인구에서 ‘종교 없음’이 56.1%로 종교인구를 앞지른 것은 처음이다. 이정배 전 감신대 교수는 “이미 우리 시대는 제도로서의 종교에 대해서 더 이상 사람들이 호감을 갖지 않게 됐지만, 여전히 삶이 팍팍한 만큼 소위 영성에 대한 바람이나 욕구는 분명히 존재하는 상황”이라며 “종교라는 형식에 구애 받지 않고 나름대로의 의식을 갖추고자 하는 시민이 늘어나고 있는 단계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한국갤럽이 2014년 전국 19세 이상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한국인의 종교 1984∼2014)에 따르면, 종교를 믿지 않는 이유는 ‘관심이 없어서’가 45%로 가장 많다. 특별히 실망했거나, 반대한다기 보다 관심이나 기대가 없다는 것이다.

김근수 해방신학연구소장 역시 “미국과 유럽에서는 탈종교 현상이 뚜렷하고, 남미와 아프리카 등에서는 종교에 심취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라며 “선진국, 지식인 세계로 진입할수록 종교에 기대는 성향이 줄어드는 만큼 부정적으로만 볼 결과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사회에서 각 종교가 더 가난한 이들 곁에 함께하지 못하고, 시민들에게 존경 받는 종교인도 줄어드는 등 존재감이 희박해져 가는 이유에 대해서는 반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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