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우성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자신의 이름이 오른 것에 대해 밝힌 입장이 6일 뒤늦게 알려져 눈길을 끌었다.
정우성은 지난 3일 영국 런던 동양아프리카연구대학(SOAS)에서 열린 제11회 런던한국영화제 기자회견에 참석해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대한 소견을 내놓았다.
이날 객석에서 블랙리스트에 이름이 올려진 소감을 묻자 정우성은 “(제 이름이)있다구요? 제가요?”라고 반문했다. 그는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지)몰랐다”며 “그런데 하고 싶은 말 하며 사는 게 제일 좋지 않냐. 자유롭게 표현하면서 살아야 된다”고 주장했다. 블랙리스트에 포함된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당황하지 않고 표현의 자유에 대한 소신을 바로 드러낸 것이다.
정우성은 “이해충돌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데 그 시대의 기득권 세력이 무언가를 요구하고 그 요구의 강요에 저항하면 (블랙)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고도 말했다. 그는 “신경 쓰지 마세요. 그들이 만든 거지. 우리는 그냥 우리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거니까,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고 명확하게 입장을 밝혀 박수를 받았다. 분노를 드러내지도 않으면서 블랙리스트 작성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블랙리스트에 담담히 맞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었다. 정우성은 최신 출연작 ‘아수라’가 런던한국영화제 상영작에 포함되면서 김성수 감독과 함께 런던을 찾았다.
정우성의 발언은 네티즌의 갈채를 받았다. 톱스타가 자신의 생각을 조리 있게 밝힌 것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였다. 지옥도 같은 한국사회의 모습을 그려낸 ‘아수라’의 주연배우다운 발언이라는 말도 나왔다. “멋있다!! 배우이기 전에 시민으로서 개념이 충만하시네”(tifk****)라며 정우성의 소신에 박수를 보내는 글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기사 댓글란에 많이 게재됐다. “유엔 난민기구 친선대사가 블랙리스트에 올라오는 나라”(heei****), “지금은 오히려 정부가 칭찬하는 연예인들을 조사해야 될 지경이라…”(gonn****) 등 시국을 개탄하는 글들도 적지 않게 올라왔다.
라제기 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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