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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라인 교체 이어… “혁신성장 속도 내라” 내각 채찍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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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경제라인 교체 이어… “혁신성장 속도 내라” 내각 채찍질

입력
2018.06.27 20:00
수정
2018.06.28 01:14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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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체감하는 규제개혁 성과를”

1월 회의 후에 ‘성과 없다’ 판단

靑수석 교체로 소득성장 드라이브

규제개혁 통한 혁신성장 고삐 좨

김동연에 경고? 질문엔 “아니다”

회의 취소에 남북정상 회담設도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제주=뉴시스
이낙연(오른쪽) 국무총리가 27일 오전 제주국제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13회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 개회식에 참석해 있다. 제주=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청와대에서 주재할 예정이던 제2차 규제혁신 점검회의가 회의 약 2시간 전 전격 취소됐다. 주요 각료가 참석하는 대통령 주재 회의가 개최 당일 취소된 것은 이례적이다.

표면적 취소 사유는 ‘규제혁신 방안을 논의하려 했으나 내용이 충실하지 못해 미뤘다’는 것이다. 하지만 하루 전 청와대 경제라인 정비와 맞물리면서 회의 취소 배경에 더 관심이 쏠린다. 일선 부처와 관료들의 규제혁신 의지 부족을 질타하며 소득주도성장의 균형추 역할을 할 혁신성장에서 속도와 성과를 내라는 채찍질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청와대는 27일 오전만 해도 오후 3시 규제회의를 연다고 일정을 발표했다. 문 대통령 주재로 당정청 최고위급 인사는 물론 대한상공회의소 등 민간 인사까지 함께 하는 대규모 회의였다. 하지만 회의 예정시간을 약 2시간 남겨놓고 총리실은 취소 사실을 공식 발표했다.

회의는 이 총리가 이날 오전 전화로 문 대통령에게 건의하면서 연기됐다고 총리실 측은 설명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문 대통령은 집무실에서 이 보고를 받고 본인도 답답하다는 말씀을 했다”며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규제개혁 성과를 반드시 만들어 보고해달라고 거듭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1월 1차 규제개혁 회의 때 드론산업(국토교통부), 핀테크(금융위원회) 등 일선 부처별 신산업 규제혁신 방안을 보고 받고 “오늘 보고대로 되기만 해도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가 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이후 5개월 동안 현장에서 규제혁신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데다 이날 회의에서도 1월과 비슷한 수준의 보고가 이어질 것으로 판단되자 회의를 취소한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이 규제혁신과 관련해 (전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했다. 조금 더 과감하고, 조금 더 속도감 있게, 실제 현업에 있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게 해달라고 계속 말씀했다”며 “오늘 준비된 보고 내용 자체는 상당히 진전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3대 축으로 경제정책 기조를 끌어가고 있다. 규제혁신은 혁신성장의 핵심 의제다. 앞서 문 대통령은 지난달 31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우리 정부 1년이 지나도록 혁신성장에선 아직 뚜렷한 성과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는 평가가 많다”며 “혁신성장에 대해 우리 경제부총리를 중심으로 경제팀이 더욱 분발해달라. 규제 혁파에 더욱 속도를 내달라”고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그 사이 저소득층 소득 감소, 고용 쇼크 등 거시경제 지표는 악화일로였고, 규제 혁신과 관련해서도 일선 기업의 불만은 컸다. 결국 문 대통령은 하루 전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유임과 경제ㆍ일자리수석 교체로 소득주도성장에 드라이브를 거는 한편 규제 관련 회의 취소로 혁신성장의 고삐도 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께서는 속도가 뒷받침 되지 않는 규제혁신은 구호에 불과하다는 말씀을 했고, 이해 당사자들이 있어 갈등을 풀기 어려운 규제에 관해서도 이해 당사자들을 10번, 20번이라도 찾아가서 문제를 풀고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재촉에도 불구하고 일선 부처에서 규제혁신에 팔을 걷고 나서는 모습이 부족하자 회의 취소 결정으로 경각심을 주려 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다만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한 경고 아니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그것과는 전혀 관계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3차 남북 정상회담 개최나 문 대통령 건강 이상 때문에 회의를 전격적으로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됐다. 문 대통령은 일요일인 24일 오전 러시아에서 귀국한 뒤 매주 월요일마다 갖던 청와대 수석ㆍ보좌관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았고, 사흘째 공식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상태였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은 러시아 방문 등 과도한 일정으로 인해 몸살 감기에 걸렸다”고 했다. 다만 규제혁신 회의 연기와 문 대통령의 건강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정상원 기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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