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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출연연구기관 학생연수생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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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정부출연연구기관 학생연수생 인터뷰

입력
2016.09.09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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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처리 잡무까지 도맡는데도

급여는 세금 제하면 120만원 불과

휴가는 규정 없어 지도교수 맘대로

“신분은 학생인데, 업무환경이나 생활수준은 ‘고학력 저임금 비정규직 근로자’와 다를 바 없다. 학생도 근로자도 아닌 어정쩡한 상황이 정말 불합리하다.”

한 정부출연연구기관에서 학생연수생으로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20대 후반의 남성 A씨는 8일 한국일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렇게 한탄했다. “책임만 있고 권리는 없는 현실이 억울하다”며 “학생이니까 뭐든 열심히 해야 한다는 건 인정하는데, 제도적으로 보장받지 못한다는 점이 가장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지난 3년 간 출연연에서 연구 지시를 받을 때 A씨는 ‘왜 내가 이걸 해야 하나’란 생각이 여러 번 들었다. 자신이 생각하는 연구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실험을 진행하라는 지시였기 때문이다. 실제 대부분의 실험을 주도적으로 해온 데다 경험도 꽤 쌓인 덕분에 A씨는 연구에 대해 어느 정도 ‘감’이 있었다. 하지만 학생이라는 신분 때문에 자칫 졸업에 지장을 받을까 봐 지시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내 뜻이 아닌 실험에 성과를 내야 했기에 더 압박감이 컸다”고 A씨는 말했다.

실험에 쓰이는 기계나 장비를 정리하거나 연구와 관련된 행정처리 같은 이른바 ‘잡일’ 역시 상당 부분 A씨의 몫이다. A씨는 “마땅히 할 사람이 없으니 그 정도는 괜찮다. 하지만 수년씩 출연연에서 잡일과 실험을 도맡아 하는데 급여가 제자리 걸음인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A씨를 비롯한 출연연 연수학생들의 월 평균 급여는 세금을 제하면 약 120만원 수준이다.

실험 중에 기계를 주로 다루는 자신은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A씨는 말했다. 화학약품이나 고온의 물체를 많이 쓰는 실험을 하는 학생들은 더 열악한 환경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최근 화학약품 때문에 출연연에서 학생이 손을 크게 다친 사고가 알려져 비슷한 처지의 학생들 사이에서 안전에 대한 불안이 확산되고 있다”고 전했다. “실험 중 혹시 사고가 나도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적절한 보상을 받지 못할 거라는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휴일이나 휴가가 출연연마다 학생마다 제 각각인 점도 불공평하다. 학생을 대상으로 한 관련 규정이 없어 출연연의 지도교수나 연구책임자가 쉬라면 쉬는 거고, 안 된다면 못 쉰다. 누구는 운 좋게 휴가를 가고, 누구는 주말도 없이 일해야 한다. A씨는 “총 근무시간은 출연연의 규정을 따르도록 돼 있는데, 휴가는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은 불합리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A씨는 “기회만 되면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나 막상 지금 하는 연구와 연관된 곳을 찾기도 쉽지 않은 데다 무엇보다 학비가 부담이다. A씨에 따르면 많은 학생이 자신들이 출연연에서 비정규직 수를 줄이는 정책의 희생양이라고 여긴다. 비정규직을 줄이면 그만큼 정규직을 늘려야 하는데, 출연연 입장에선 부담이다. 그래서 비정규직으로 집계되지 않고 인건비도 적은 학생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A씨는 “미래 우리 과학계를 이끌어갈 출연연 학생들에게 정책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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