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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부품 소재까지 싹쓸이…‘차이나 인사이드’ 쇼크

입력
2016.01.06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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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개선 中 철강 작년 수입 22%↑

국내 업체들 가격 경쟁서 큰 타격

中 기술력, 턱밑까지 추격해 오는데

한국 제조업 수준은 되레 뒷걸음질

사상 최악의 경기를 나타내고 있는 경북 포항 남구 호동 철강관리공단 내 한 업체 입구에 공장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사상 최악의 경기를 나타내고 있는 경북 포항 남구 호동 철강관리공단 내 한 업체 입구에 공장 매매를 알리는 현수막이 붙어 있다.

국내 철강업체들은 연초부터 영업실적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4만원대였던 국산 철근과 중국산 철근 가격 차이가 지난해 말부터 10만원 이상 벌어졌다. 중국산 철강이 대량으로 수입되면서 가격이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국내 철강업체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 품질이 많이 개선됐다”며 “결국 중국산과 경쟁하려면 국산도 가격을 내릴 수 밖에 없어 예상치 못한 손실을 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제품에서 시작된 중국산 공습이 이제는 부품 소재 자재 등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확대되고 있다. 이른바 전세계에 걸쳐 내부 부품과 자재 등이 중국산인 ‘차이나 인사이드’가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되는 것이다.

5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산 철강제품의 국내 반입물량은 1,370만1,638톤(추정치)으로 전년 동기대비 22% 늘었다. 5년 전인 2010년 869만1,709톤과 비교해 57.6% 증가한 규모다. 특히 중국산 철강 제품은 최근 들어 후판과 열연을 포함한 판재류와 봉형강까지 무차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A업체 영업담당 이모(39) 과장은 “지난해 우리 철강업체들은 건설경기가 다소 살아나면서 철근 특수를 누렸는데 중국산 저가 제품이 지난해 말 대거 유입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고 있다”며 “지난해 세웠던 올해 경영 목표까지 다시 수정해야 할 판”이라고 걱정했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건설 분야의 철강 뿐만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으로 확대되고 있다. 장영환 IBK경제연구소장은 “차이나 인사이드가 심화될수록 수출 구조가 유사한 우리나라 업계가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IBK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14년 소비재 수입 증가율(7월 기준)이 24.3%로 전년(11.2%) 보다 크게 늘어난 반면 중간재 수입 증가율이 0%였다. 즉 부품이나 소재, 자재 수입을 늘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차이나 인사이드는 중국이 오래 전부터 진행한 산업구조 고도화와 관련이 깊다. 중국은 기술력이 부족했던 과거에 한국과 일본 등에서 수입한 중간재를 조립해 수출하는 단순 가공무역이 주류를 이뤘다. 그래서 가공무역 비중이 1998년에 53.7%였다.

그러나 중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2000년 126억 달러에 불과했던 연구개발(R&D) 투자를 2010년 1,043억 달러로 8배 이상 늘리면서 기초과학역량을 확보하고 첨단장비제조, 신소재산업 등 소재 부품관련 산업을 7대 신성장산업으로 적극 육성했다. 여기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기업에서 고급 인력을 적극 영입하고 있다. 중국은 이런 노력 덕분에 완제품에 들어가는 중간재를 꾸준히 자국산으로 대체하면서 가공무역 비중을 2010년 32.8%로 떨어뜨렸다.

이 같은 중국의 ‘차이나 인사이드’는 국내 업체에 악재다. 소재산업은 이미 2012~2014년 연속으로 중국 수출이 감소했고 두 자릿수 증가율을 보이던 전자 정밀기기 전기기계 등 부품산업 수출도 증가율이 한 자릿수로 줄었다. 또 2006~2014년 소재·부품 188개 품목 중 153개(81%) 품목의 경쟁력이 약화했고 국내 중소기업이 주로 수출하는 컴퓨터 등도 수출 규모가 감소하고 있다. 알루미늄 소재 기업을 운영하는 A씨는 “1980년대와 2010년대가 공존할 만큼 중국기업 간에도 기술력 편차가 크지만 중국 상위 기업의 기술력은 국내와 대등하다”고 말했다.

중국의 향상된 기술력은 이미 우리나라를 위협하고 있다. 산업연구원(KIET)이 지난해 국내 제조업체 708개를 상대로 ‘국내 제조업종별 기술수준 및 개발동향’ 실태조사를 실시했더니 국내 업체들은 우리 제조업의 기술력이 중국에 3.3년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4년 전(3.7년) 조사 때 보다 0.4년 줄어 들었다. 특히 경공업(2.9년)과 정보통신산업(2.6년)은 기술 격차가 3년이 채 되지 않았다. 반면 우리 제조업의 상대적 기술수준은 세계 최고(100%) 대비 80.8% 수준으로 2011년(81.9%) 보다 오히려 뒷걸음질쳤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소재·부품 중소기업 CEO 6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우리나라가 중국보다 앞선다는 응답이 76.5%로 가장 많았지만 5년 후 우리나라와 중국이 비슷해질 것이란 응답(48.3%)이 우리가 앞선다(42.0%)보다 많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우리 기업들이 핵심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무분별한 첨단제품을 추구하기보다 기초기술을 고도화하고 제조 노하우 축적에 힘쓰라는 뜻이다. 해외진출도 생산비용 절감이 아니라 신규 수요 창출로 전략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장 소장은 “숙련된 고급 인력과 탄탄한 기초 능력이 기업의 성패를 좌우 한다”며 “해외 진출도 글로벌 기업과 동반진출을 모색하는 게 방법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허재경기자 ricky@hankookilbo.com

박민식기자 bemyself@hankookilbo.com

권영은기자 you@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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