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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ㆍ감] 부처님 오신날 두 번 맞도록 동국대 사태는...

입력
2016.05.16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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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 모인 동국대 학생들이 '종단개입 반대, 동국대 총장사태 해결을 위한 4ㆍ15 조계종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조계사 앞에 모인 동국대 학생들이 '종단개입 반대, 동국대 총장사태 해결을 위한 4ㆍ15 조계종 규탄대회'를 열고 있다. 연합뉴스

부처님 오신 날을 맞은 14일을 전후로 전국 사찰과 조계사, 동국대 일대는 연등행사 등으로 들썩였지만 정작 여러 행사의 무대가 된 동국대는 심란한 표정이었다. 학생들과 교수협의회측의 ‘표절 총장 사퇴 요구’와 학교 측의 버티기가 1년 넘게 계속되며 갈수록 내홍이 깊어진 탓이다.

동국대 사태는 총장 후보 추천 과정에서부터 시작됐다. 2014년 11월 총장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가장 많은 지지를 받은 인물은 김희옥 전 총장이었지만, 그가 조계종 고위인사들을 만난 직후 “종단 안팎 입장을 수용해 후보에서 사퇴한다”는 뜻을 밝히고 나서부터다. 학교 안팎에서는 “대학 자치를 외면한 종단의 외압”이라는 비판이 비등했고, 이에 또 다른 후보 조의연 교수마저 사퇴하면서 지금 논란의 초점에 있는 보광 스님이 유일 후보로 남았다. 보광 스님은 현 조계종 행정수장인 자승 총무원장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후 보광 스님에 대한 검증을 시작한 동국대 비상대책위원회는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했고, 동국대 연구윤리위원회는 이중 2건을 표절로, 16건은 자기표절로 결론까지 내렸다. 교수협의회와 총학생회 등은 시위, 단식 등으로 항의했으나 지난해 5월 이사회가 결국 보광 스님을 총장으로 선출하며 사태는 극단으로 치달았다. 게다가 이사회에 포함된 스님들의 탱화 절도 의혹, 룸살롱 운영 의혹, 간통죄 피소 등까지 차례로 공론화되면서 캠퍼스에서는 연중 내내 단식투쟁 등 거센 저항이 계속됐다.

버티기로 일관하던 이사회 측이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2월 미황사 주지 금강 스님, 대흥사 일지암 주지 법인 스님이 단식에 동참해 학생들의 목소리에 힘을 실어 주면서부터다. 당시 김건중 부총학생회장은 총장과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48일째 단식한 상태였다. 두 스님은 “생명을 우선하는 불교 종단 학교에서 스님들이 지위를 보전하려는 모습으로 학생들의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며 학교와 이사회의 결단을 촉구했고 그제서야 이사진은 전원 사퇴를 결정했다.

하지만 학교 측이 총장 논문 표절 의혹을 제기한 한만수 교수를 해임하고(직위해제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 총학생회 측을 교직원 모욕죄로 고소하면서 사태는 점입가경이 됐다. 11일에는 보광 스님의 또 다른 표절 논란도 불거졌다. 동국대 일반대학원총학생회와 교단자정센터 등은 보광 스님이 1989년 일본 교토 붓쿄대학에서 받은 박사학위 논문이 일본 유명학자의 논문을 인용 없이 게재했다고 지적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사태 해결은 요원해 보인다. 동국대 측은 표절 논란에 대해 “27년 전 논문을 현 잣대로 판단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라며 총장 측을 옹호하고 있다. 종단 고위인사 역시 “동국대에는 현재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문제 해결 가능성을 일축했다.

“대학이 민주적, 상식적인 공간이었으면 한다”는 학생들의 바람은 언제쯤 이뤄질 수 있을까. 조계종 한 스님은 이번 사태가 “전형적인 종교 사학의 그늘을 보여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종단과 사찰이 재산을 출연했어도 대학은 종교의 소유물이 아니라 교육의 공공재이며 이사 및 총장은 정치 지분이 있는 자가 아니라 교육에 대한 이해가 깊은 사람이 담당해야 한다는 교육의 기본정신을 스님들이 깨달아야 한다”며 “이런 사고와 관련 규정의 개선이 없이는 사태 해결도, 재발 방지도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혜영 기자 shin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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