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3명이 영상 24개 모니터링
경비ㆍ보안 업무 민간업체가 담당
재발 막을 체계적 매뉴얼도 없어
10년 연속 세계 최고 공항이라는 명성을 자랑하는 인천국제공항이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이달 초 수화물 대란에 이어 외국인 환승객의 잇단 밀입국, 폭발물 의심물체 발견 등으로 보안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리면서 테러 노출을 우려하는 국민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우리나라 제1관문 인천공항이 외국인들에게 잇달아 무방비 상태로 뚫리는 것은 경비ㆍ보안 업무를 민간 보안업체에 맡기는 등 허술한 보안시스템이 주된 요인이라는 지적이다. 신속한 출입국 절차 및 자동검색대 등 세계 최고의 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경비ㆍ보안 인력 운영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어 실효성을 거두지 못한다는 것이다.
인천공항공사에 따르면 공항구역내 폐쇄회로(CC)TV는 내부에 1,500여 대, 외부에 500여 대가 설치돼 공항전체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다. 숫자로만 본다면 사각지대가 없을 정도로 촘촘하게 설치돼있다. 반면 상당수 CCTV의 화질은 외국인 밀입국자의 신원과 동선을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좋지 않다.
경비 보안에 종사하는 대다수 인력이 비정규직인 용역업체 직원들이라는 것도 큰 문제다. 인천공항공사의 지난해 국감자료에 따르면 공항공사 전체 직원 7,600여명중 85%가 용역업체 직원이며 이들이 공항운영과 안전에 관한 핵심업무를 맡고 있다. 인천공항 공항보안구역(CIQ)에도 경비용역 2,5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사고 방지를 위한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매뉴얼이 없어 인력 배치가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
실제로 각종 CCTV를 통해 들어오는 영상이 24개의 모니터에 포착되지만, 이를 지켜보는 직원은 단3명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지난 달 29일 베트남인 A씨가 입국심사대 게이트를 강제로 여는 모습이 공항 CCTV에 고스란히 담겼으나 이를 발견하지 못했다.
A씨가 당시 입국 심사대 문을 열 때도 현장에 직원이 없어 경고음이 울렸어도 소용없었다. 여러 대의 자동 심사대가 설치된 구역전체를 평상시 보안요원 1명이 관리하다 보니 경비가 허술할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지난해 11월 프랑스 파리테러 이후 공항의 보안경비 근무 인력을 최고 2배까지 늘리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의 사례와 대조적이다.
용역 업체의 저임금 구조도 문제다. 인천공항공사 정규직 연봉은 평균 8,000만원대이지만 용역업체 직원은 2,000만원 안팎이다. 상대적 박탈감이 큰 임금구조도 용역업체의 업무 의욕을 저하하는 요인이 된다는 것이다.
황대영 중원대 항공대학 초빙교수는 “외주에 의존하는 보안요원의 처우가 열악해 이직률이 높은 것도 밀입국을 방지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라며 “보안 요원의 업무숙련도를 높이고 책임감을 키우기 위한 프로그램 도입과 함께 처우 개선도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인천공항 담당업무에 대한 공조체계도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과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공항보안구역(CIQ)관리는 인천공항공사와 국가정보원, 법무부 출입국관리소가 함께 맡고 있지만 업무 및 인력 배치 등에 대한 조율 및 조정이 전무한 실정이다.
인천발전연구원 관계자는 “이번 사태는 역대 정권이 낙하산으로 내려 보낸 비전문가 출신 사장들이 외형적인 실적내기에 급급해 조직 아웃소싱을 거듭해온 결과”라며 “단순히 이중 잠금장치와 적외선 센서를 설치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며 시스템 전반에 대한 점검과 총체적인 관리감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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