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박근수(32)씨는 점심시간이 되면 혼자 회사 인근 샐러드전문점을 찾는다. “치킨샐러드 1인분이요.” 식사 후 곧바로 피트니스센터로 향한다. 센터 도착 시간은 낮 12시10분, 박씨는 40분이나 운동할 수 있다며 슬그머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상사들 눈치 보며 1시간 넘게 불편하게 밥 먹는 거보다, 혼자 밥 먹고 남는 시간에 운동하니 너무 좋아요.”
‘밥 투게더(together)’ 대신 ‘혼밥’을 택하고, 남는 점심시간을 자기계발에 사용하는 젊은 직장인들이 늘고 있다. 여유시간을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운동을 하기도, 영어학원을 다니기도 한다. 점심시간은 오로지 ‘내 것’이라는 문화가 도도하게 흐르고 있다.
젊은 직장인들은 먼저 점심시간만큼은 업무에서 ‘해방’되고 싶다는 마음을 혼밥에 담았다. 얼마 전부터 혼자 점심을 먹기 시작한 직장인 남모(29)씨는 “부장급 상사들과 먹으면 점심시간에도 계속 업무 얘기를 해야 했다”며 “점심이라도 혼자 먹으니 회사와 잠시라도 접속이 끊어져 마음이 편하다”고 털어놨다.
회사로부터 벗어나는 애초 목표를 차츰 채우자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직장인들도 많아지고 있다. 혼밥족 김모(33)씨는 최근 식사 후 남는 시간에 운동을 시작했다. 김씨는 “무의미한 농담 따먹기나 하던 점심시간에 운동까지 하니 오히려 업무에 집중이 잘 된다”고 했다. 실제 서울 역삼역 근처에 위치한 E피트니스센터 직원은 “점심시간은 150명 가까이 찾아오는 피크타임”이라고 설명했다.
강남구청역 인근 소규모 회사에 다니는 권모(28)씨는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학원에 다닌 지 두 달째다. 권씨는 “처음에는 업무와 업무 사이의 샌드위치 공부를 하려니 부담스러웠다”면서도 “지금은 영어실력이 조금씩 쌓여 보람차다”고 으쓱했다. 학원들도 점심시간에 김밥 등을 제공하며 ‘런치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의 런치클래스는 매달 강좌의 90% 이상이 마감되고 있다.
여전히 직장에서는 ‘혼밥족’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기도 한다. 한 대기업 부장 정모(56)씨는 “점심식사를 함께하는 것도 엄연히 조직생활 일부”라며 “점심시간만 되면 뿔뿔이 흩어지는 모습이 보기 좋진 않다”고 눈살을 찌푸렸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점심시간은 업무 사이에 유일하게 심리적으로 늘어질 수 있는 시간”이라며 “이 시간만이라도 혼자 밥 먹고, 온전히 ‘나’를 위해 사용하면 직장인들 스트레스 관리에도 도움된다”고 말했다.
이상무 기자 allclear@hankookilbo.com
신은별 기자 ebshi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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