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클린턴, 아들은 기권... “트럼프는 허풍쟁이”
백악관 “이라크전쟁 최대 외교 실책”… 족적 강력해
공화당 출신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자가 지난해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하지 않았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분열 정치를 비난한 데 이어 적극적으로 비판 대열에 가세하는 모습이다.
미국 역사 작가 마크 업디그로브는 4일(현지시간) CNN방송에 나와 아버지 조지 H.W. 부시와 아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을 함께 인터뷰해 14일 출간하는 ‘마지막 공화당원들’에 이런 내용이 들어 있다고 소개했다. 그에 따르면 아버지 부시는 지난해 11월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에게 투표했다. 반면 아들 부시는 대선과 함께 치러진 연방의원 선거 등에서는 공화당 후보에게 표를 줬지만, 대선후보 기표란은 공란으로 비워뒀다.
아버지 부시는 트럼프 후보가 공화당 경선에서 승기를 잡은 지난해 5월 ”나는 트럼프를 좋아하지 않는다. 그에 대해 많이 모르지만, 허풍쟁이라는 것은 안다”고 비판했다. “트럼프는 겸손함이 없다”고도 했다. 아들 부시 역시 “겸손은 우리 집안의 유산이며 트럼프에게서는 그걸 찾아볼 수 없다”고 꼬집었다.
아들 부시는 특히 “나한테는 나 스스로가 조언자”라고 말한 트럼프의 발언을 접하고 ‘이 친구는 대통령이 된다는 게 무슨 의미인지 모르는군’이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작가는 전했다. 두 사람은 아들 부시의 동생인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가 공화당 경선에서 트럼프에게 망신당하고 중도 하차한 뒤부터는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 아들 부시는 지난달 열린 한 안보토론회에서도 “공공영역에서 괴롭히기와 편견이 국가적 풍조가 돼 잔인함과 편협함을 허용하고 있다” “정치가 점점 더 음모이론과 날조에 취약해지고 있다” 등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강도 높은 비판 메시지를 쏟아냈다.
백악관은 즉각 반격에 나섰다. 세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민은 특수 이익에 묶인 ‘평생 정치인’ 대신, 진정하고 긍정적이며 필요한 변화를 수행할 능력이 있는 ‘아웃사이더’에게 투표했다”며 “만약 미국민이 수십 년간 계속된 값비싼 실수에 관심이 있었다면 국민보다 정치를 우선하는 또 하나의 기성 정치인이 승리했을 것”이라고 트럼프 승리의 의미를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CNN방송에 “한 정당을 해체해 들여다볼 수 있다면 두 전직 대통령이 남긴 족적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잘 알 수 있다”며 “미 역사상 최대 외교 실책 중 하나인 이라크 전쟁에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응수했다.
김이삭 기자 hir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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