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을 반대하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파상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엘리엇은 18일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필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지지한다”며 “그 과정에 삼성물산 주주들의 이익도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엘리엇이 공개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을 지지한 것은 처음이다. 이는 해외 투기성 자본이 삼성을 흔들고 있다는 비난 여론을 감안한 조치로 보인다.
또 엘리엇은 이사회 결의 외에 주주총회를 통해서도 중간배당을 현물로 할 수 있도록 정관을 바꿔달라고 요구했다. 동시에 삼성물산 주주명부열람, 합병과 관련된 삼성물산 이사회 회의록 및 속기록 열람과 등사를 요구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 요구 중 일부를 주주총회 안건에 붙이기로 했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중간배당은 이사회 결의사항으로 규정한 법과 어긋나지만 원활한 합병을 위해 주총 안건으로 상정하겠다”며 “그러나 회의록 열람과 등사는 소수주주권 행사에 대한 적법성을 검토해 법률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엘리엇은 이번 삼성물산 합병 문제를 다룬 공식 인터넷 사이트(www.fairdealforsct.com)까지 만들어 공개했다. 공식 인터넷 사이트에 처음 게재된 것은 27쪽 분량의 영문 프리젠테이션 자료다. 이 자료에는 그동안 엘리엇이 일관되게 주장한 삼성물산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 이유들이 나와 있다. 특히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따른 사업의 연계 효과에 대해서도 “테마파크, 건설, 패션 등을 한데 묶는 것에서 사업적, 합리적 논리를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엘리엇은 이 자료를 아예 ‘ISS 제출용’이라고 못밖았다. ISS는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의 자회사로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자들에게 투자 조언을 해준다. 투자국 사정을 자세히 알 수 없는 해외 기관투자자들은 ISS에 많이 의존하는 편이다.
따라서 ISS 제출 자료 전문을 공개한 것은 국내외 투자자들을 동시에 겨냥했다는 재계 분석이다. ISS는 이번 합병 건에 대해 다음달에 의견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삼성물산은 “지금까지 주장의 반복일 뿐”이라면서 “주주가치 극대화를 위해 합법적 절차에 따라 합병을 진행한다는 기존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다.
한편 엘리엇이 삼성물산을 상대로 낸 주주총회 결의금지 및 자사주 의결권 금지 가처분신청 첫 심리는 19일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조태성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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