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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주 한일고, 우수학생 미리 선별해 명문 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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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공주 한일고, 우수학생 미리 선별해 명문 됐나

입력
2014.12.17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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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입전형서 금지된 전교석차 등 요구, 각종 스펙도 반영… 8개월 걸쳐 선발

학부모들 제보로 충남교육청 감사, 교육부도 "면밀 조사 후 행정조치"

비평준화 일반고로 진학 실적이 좋아 지역 명문고로 평가 받는 충남 공주 한일고가 고입 전형에서 금지된 각종 경시대회 수상 실적, 중학교 내신 전교 석차 등을 반영해 우수 신입생을 선별해 뽑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충남도교육청과 교육부는 감사에 착수해 규정 위반 사실이 확인될 경우 행정 처분을 내릴 방침이다.

이번 입시에서 한일고에 입학원서를 접수한 학부모들은 16일 “학교측이 입학설명회와 개별 상담을 통해 학생들의 스펙이 담긴 서류들을 제출 받는 방식으로 편법 전형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학부모들에 따르면 한일고는 올해 5월 입학설명회를 시작으로, 학부모 집단상담, 개별상담, 특별상담, 스탠딩 상담 등 4차례의 상담을 실시했다. 집단 상담에서 학부모들은 학교측으로부터 개별상담 때 제출해야 할 각종 스펙 관련 서류에 대해 안내 받고, 이후 개별 상담 때 중학교 내신 석차와 표준편차가 담긴 성적표, 학교 경시대회 수상 실적, 각종 외부 올림피아드 대회 상장을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행 법에 따르면 고입 전형에서 각종 경시대회 실적과 성적을 요구할 수 없으며, 중학교 내신 성적도 원점수와 과목평균(표준편차)을 제외한 등급(A,B,C,D,E)으로 구분된 ‘성취도 수준’만 활용할 수 있다.

특별 상담에서는 자기소개서 평가를 받고, 마지막 단계인 3~4분 간의 스탠딩 상담에서 최종 확인이 이뤄졌다. 사전 예약을 받아 이뤄지는 상담은 사실상 우수 학생을 선별하는 ‘비공식 전형’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실제 학생들은 개별상담 후 부여된 관리번호를 학교 홈페이지에 입력하는 방식으로 원서 접수 이전에 이미 당락 가능 여부를 통보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상담 때 제출한 스펙과 내신 성적으로 합격이 가능한 학생들에겐 “합격이 가능한 우수한 학생입니다. 2차 면접을 준비하세요”라고 학교 측이 안내하는 방식이다.

한일고에 지원한 학부모 A씨는 “입학설명회 때만해도 1,500~2,000명이 몰리는 학교가 실제 입학 경쟁률이 1대1을 조금 넘는 이유는 이 같은 사전 선별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실제 한일고의 지난해 경쟁률은 1.13대1이었다.

학부모 B씨는 “집단설명회 때 ‘일반 고교입시용 성적표는 성취도 등급만 나오니 중학교에 가서 ‘교육 참고용’이라고 말하고 과목별 석차와 표준편차가 나온 생활기록부를 받아오라고 했다”며 “학교에서 성적표를 주지 않을 경우 (성적이 표시된)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모니터 화면을 사진으로라도 찍어 오라고 귀띔했다”고 폭로했다.

또 다른 학부모 C씨도 “경시대회 실적, 토익, 토플 성적 뿐만 아니라 독서활동 등 세세한 정보까지 담아 책자로 만들어 제출했다”며 “수상 실적이나 성적표를 가져가면 입학사정관들이 노트북에 자료를 입력했다”고 말했다.

최근 3년간 서울대 합격자를 88명 배출한 한일고의 진학 실적은 이런 편법을 통한 사전 선별 덕분이라는 게 학부모들의 주장이다.

한일고 관계자는 “이 학교에 지원했다가 떨어지면 갈 곳이 없기 때문에 과거엔 학생들에 대한 배려 차원에서 상담을 통해 (스펙을) 참고 사항으로 보기는 했다”며 “하지만 올해는 규제가 강화돼 선별을 하지 않았다. 입학에서 떨어진 학생의 학부모들이 예전 얘기를 듣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충남교육청 관계자는 “한일고가 금지된 학생 선별을 했다는 민원이 다수 접수돼 감사를 벌일 예정이며, 사실로 드러나면 입학정원 감축이나 재정지원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교육부 관계자도 “관행적으로 학생들을 사전에 선별해온 학교들이 있어 여러 차례 주의 조치 했던 게 사실”이라며 “관련 의혹을 면밀히 조사한 후 행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말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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