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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日 우경화 자극할 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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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역사 교과서 국정화가 日 우경화 자극할 수도"

입력
2015.11.0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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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케스스무 서울대 역사교육과교수(왼쪽) 앤서니 산토로 서강대 사학과 교수
이케스스무 서울대 역사교육과교수(왼쪽) 앤서니 산토로 서강대 사학과 교수

국내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외국인 학자들과 유학생들도 정부의 한국사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반대하는 비판 대열에 가세하고 있다. 나고 자란 나라는 다르지만 이들은 하나의 교과서로 역사를 가르치겠다는 발상이 민주주의 가치를 훼손하고 역사의 진실을 왜곡할 수 있다는 비판 진영의 주장과 한 목소리를 냈다.

일본 출신의 이케 스스무(池享) 서울대 역사교육과 교수는 8일 “역사 교육을 국가가 생각하는 대로 실행해서는 안 된다”며 “일본도 정부가 집필기준을 결정하는 탓에 점점 정부가 원하는 방향대로 역사가 기술되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2012년 교과서 집필 기준을 바꿔 ‘독도는 한국에 불법 점거됐다’는 내용을 중학교 교과서에 포함하도록 한 사실을 예로 들며 “정부의 입맛대로 역사를 재단할 수 있다는 게 국정화의 맹점”이라고 지적했다.

국정교과서가 자칫 한국과 일본의 우경화 분위기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경고도 했다. 이케 교수는 “한국의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항해 일본 교과서도 더 강경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돼 교육 분야에서까지 양국의 대립을 심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할 때까지 국정교과서로 군국주의와 일왕을 옹호했다”며 “많은 역사학자들이 반성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9월 서울대에 정교수로 부임해 동양사를 가르치고 있는 이케 교수는 이런 학자로서의 양심 때문에 지난달 28일 서울대 교수 372명이 서명한 국정화 반대 선언에도 이름을 올렸다.

한국 정부가 국정화 근거로 내세운 ‘편향성’ 문제에 의문을 나타내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서강대에서 서양사를 가르치는 앤서니 산토로(미국) 교수는 “내가 가르친 한국 학생들은 다양한 해석과 비판적 관점을 갖고 역사에 접근했다”며 “오히려 정부가 폐쇄적 과정으로 만든 국정교과서에서 정치적 편향성이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국외국어대에서 역사를 가르치는 강사 대니얼 커널리(캐나다)씨는 “캐나다 교과서도 원주민들에 대한 학살 등 부끄러운 과거들을 비판적으로 기술하고 있다”며 “‘올바른 교과서’는 ‘올바른 관점’을 만드는 게 아니라 자랑스러워 하는 역사까지 비판함으로써 학생들에게 비판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유학생들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연세대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쏘냐 헤르난데스(18ㆍ멕시코)씨는 “멕시코는 공립학교에서 국정 교과서를, 사립학교에서는 자유발행 교과서를 사용한다”며 “여유가 있는 부모들은 부패한 멕시코 정부가 교육으로 국민의 생각을 지배할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에 자식을 사립학교에 보내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연세대에 교환학생으로 온 치 바흐(20ㆍ독일)씨는 “2차 세계대전에 대한 미국, 유럽 국가들의 관점까지 싣고 있는 독일 교과서만 보면 독일이 최악의 나라로 보일 정도”라며 “하지만 그만큼 학생들이 다양한 정보를 얻게 돼 균형 잡힌 사고를 가능케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에서 역사교과서를 국정으로 발행하는 나라는 북한과 방글라데시, 극소수의 이슬람 국가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회주의 국가인 베트남은 올해 4월 국정 교과서를 폐지하라는 유엔의 권고를 받아들여 발행 체제를 검정으로 바꾸는 개편안을 마련했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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