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중립 의무 위반 비칠까 곤혹
‘MB의 남자’로 불리던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이 9일 대선 개입 혐의로 구속되면서 이명박 전 대통령 측도 곤혹스런 처지에 빠졌다. 자칫 대통령의 선거중립 의무를 저버린 것으로 비칠 수 있는 탓이다.
원 전 원장은 이 전 대통령의 서울시장 시절 부시장을 지낸 최측근이다. 이 전 대통령은 그를 초대 행정자치부 장관에 이어 국정원장에 발탁했고, 이 같은 무한 신임을 바탕으로 원 전 원장은 지난 정부에서 최고의 실세로 통했다. 야권이 이날 판결 직후 이 전 대통령을 직접 겨냥해 “국민 앞에 사과하라”고 촉구한 것도 그 때문이다.
더구나 이 전 대통령의 회고록 ‘대통령의 시간’ 발간을 두고 지난 정부와 현 정부 측 인사들 간에 빚어진 파열음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악재가 연이어 터진 셈이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에 대한 비판에 이어 이번 판결로 이 전 대통령 측은 또다시 궁지에 몰릴 수 있는 상황이다. 특히 경색된 남북관계를 놓고 박근혜 정부의 미숙함을 맹렬하게 몰아붙이다 역공을 당하던 차였다. 여권 관계자는 “사법부의 판결을 정치적으로 해석하는 건 적절하지 않지만 지난 정부 인사들이 자꾸 오르내리면 이래저래 마음이 편치 않은 것은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물론 이번 판결을 지난 대선 과정에서 이 전 대통령의 역할론과 곧바로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원 전 원장의 선거 개입을 정부 관료의 속성으로 돌리는 해석이 많다. 관료 입장에선 야당 후보보다는 여당 후보를 지지하기 마련이라는 것이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외과 교수는 “원 전 원장의 선거 개입은 대통령의 임기 말이라는 권력의 변화 흐름 속에서 관성을 추구하는 관료집단의 논리가 더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이 전 대통령은 박근혜 당시 후보와 관계가 그리 매끄럽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직접 대선에 관여했을 가능성이 희박했다는 반론도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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