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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순환출자 해소ㆍ그룹 지배력 강화 ‘두 토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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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순환출자 해소ㆍ그룹 지배력 강화 ‘두 토끼’

입력
2016.02.25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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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율 4.8%→2.2%

물산ㆍ제일모직 합병 따른 문제 해결

엔지니어링 자사주 300억도 취득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순환출자 구조가 강화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삼성물산 주식 2,000억원 어치와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삼성엔지니어링 주식 300억원 어치를 사들이기로 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그룹 지배력을 강화하면서 순환출자 문제까지 해소하는 두 가지 효과를 거뒀다.

25일 삼성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삼성SDI가 매각을 추진하는 삼성물산 주식 500만주 가운데 2,000억원어치인 130만5,000주를 사들이고,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300억원어치를 취득하기로 했다. 이 부회장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16.5%에서 17.2%로 0.7%포인트 올라간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2월 공정위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으로 삼성그룹에 기존보다 강화된 3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만들어졌다”며 이를 해결하라고 통보한 데 따른 것이다. 공정위 요구로 삼성SDI는 다음달 1일까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6%(500만주)를 처분해야 했다. 이 500만주는 삼성물산이 제일모직을 합병하며 늘어난 것이다. 공정거래법은 합병때문에 새로 생기거나 강화된 순환출자고리는 6개월 이내에 해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대규모 주식 매각에 따른 시장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이 부회장이 직접 주식 매입에 나섰다고 설명했다.

이 부회장 외에 삼성생명공익재단도 3,000억원 규모의 삼성물산 지분을 시간외 대량매매(블록딜) 방식으로 매입하기로 했다. 삼성SDI는 처분해야 하는 나머지 삼성물산 지분을 국내외 기관투자자에게 블록딜 방식으로 매도할 예정이다. 삼성그룹은 삼성생명공익재단의 삼성물산 주식 매입에 대해 “저금리 기조 하에서 장기적인 투자수익 확보를 위한 것으로 그룹의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하다”고 밝혔다.

삼성물산 지분 매각이 완료되면 삼성SDI의 삼성물산 지분율은 4.8%에서 2.2%로 떨어져 순환출자 고리가 약화된다. 삼성생명공익재단 지분율은 0.7%에서 1.7%로 1%포인트 올라가지만 삼성그룹 전체로 보면 오너 일가와 계열사의 삼성물산 지분 합계가 39.9%에서 39.0%로 0.9%포인트 낮아진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 주식 매입에 쓴 2,000억원은 이달 초 삼성SDS 지분(2.6%ㆍ세후 약 3,000억원)을 팔아 마련한 것이다. 당초 이 부회장은 이 돈으로 유동성 위기에 빠진 삼성엔지니어링의 유상증자에 참여할 계획이었으나 증자 과정에서 옛주주의 청약률이 99.9%에 이르는 등 실권주가 발생하지 않아 참여가 불발됐다.

이 부회장은 마련한 자금을 삼성물산 주식 매입으로 돌리면서 삼성그룹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는 동시에 삼성그룹의 순환출자 문제도 해소하는 등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아울러 이 부회장은 이날 삼성엔지니어링이 보유한 자사주 302만4,038주를 약 302억원에 인수했다. 나머지 700억원의 주식은 추후 별도 방법으로 사들일 계획이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삼성엔지니어링 자사주 인수는 회사의 자기자본과 현금을 동시에 늘려줘 유상증자와 비슷한 효과를 가져온다”며 “따라서 삼성엔지니어링을 재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안으로 판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준규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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