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사업에 포함된 세종시 금강 유역의 수질이 나빠지고, 각종 시설은 사실상 방치돼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25일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지난 2월부터 두 달여 간 금강 세종보 집중 모니터링을 한 결과 상류 강바닥이 뻘과 녹조 사체들로 가득한 것을 확인했다.
뻘에선 환경부 지정 수생태 4급수 오염 지표종인 붉은깔따구가 여전히 발견됐다. 이는 강이 썩어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녹색연합은 강조한다.
국립환경과학원의 ‘수생태 건강성 조사 및 평가’에서도 나빠지는 금강유역 세종보 수질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조사 결과를 보면 세종보의 저서성 무척추동물(호수나 담수 바닥에 서식하는 생물) 등급은 지난해까지 4년 연속 D로 판정 받았다. 이 곳은 MB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기 이전까지 BㆍC등급을 받았다.
세종보 마리나 선착장은 2012년 보 준공 이후 요트 정박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뻘이 잔뜩 쌓인 탓에 정박이 어려워 그 기능을 오래 전 상실했다. 인근 주민들은 물이 썩으면서 세종보 주변 악취가 심해졌다며 불편을 호소하고 있다. 이는 모두 세종보가 물길을 막아 생태계를 망가뜨렸기 때문이라고 녹색연합은 지적한다.
녹색연합은 문제 해결을 위해 우선 세종보의 수문을 모두 개방하고, 이후 상황을 지켜보면서 철거까지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녹색연합 측은 “일부 개방한 세종보 수문의 물이 흐르는 구간을 보면 퇴적토가 걷히고 모래가 나타나는 현상을 확인했다”며 “이는 보의 수문을 상시 개방해 강이 흐르면 4대강을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주장했다. 녹색연합 관계자는 “미국은 댐의 시대가 끝났음을 선언하고 2015년 62개의 댐을 철거했다”며 장기적으로 보를 철거하는 게 최고의 생태계 복원 해법임을 강조했다.
세종보가 툭하면 고장 나 부실공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애물단지로 전락한 것도 문제다. 세종보는 지난해 7월 가동보 유입배관이 터져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하는 등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무려 8차례나 보수공사가 이뤄졌다. 인근 공주보(3건), 백제보(4건)에 비해 2배 이상 많이 고장 난 것이다. 기름이 유출되면서 안 그래도 생태계 파괴로 나빠진 수질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이 때문에 무용지물이 된 시설을 땜질식 관리ㆍ운영하지 말고 철거하라는 요구가 끊이지 않는다. 부실설계, 시공 등의 책임자 처벌과 대책 마련 여론도 여전하다.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세종보 주변에 설치된 각종 시설은 흉물스럽게 방치돼 있다. 모터보트와 동력요트 등 시민들이 휴양레저를 즐기도록 설치한 시설은 무용지물이 된 지 오래다. 세종시로부터 점용허가를 받은 요트협회가 가끔 이 시설을 이용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뚝 끊겼다. 그나마 국책연구단지와 시청 앞 금강유역에서 일반인들이 개인 용품을 가져와 레저를 즐기고 있다. 마리나 등 시설물 위치와 방향 등을 안내하는 각종 표지판도 도색이 벗겨져 있는 등 관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4대강 사업을 추진한 국토부와 시설을 이관 받은 세종시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세종시 임두열 사무관은 “수질 개선은 정부 차원에서 원인과 대책을 마련해 적극 추진하는 게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임 사무관은 이어 “연간 10억원 정도의 국비로 금강과 미호천 주변, 합강오토캠핑장 등 넓은 면적을 관리하다 보니 예초작업과 자전거ㆍ보행로 관리하는 것도 버겁다”며 “제대로 된 관리를 위해선 국비 증액이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최두선 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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