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15대 적폐’ 조사를 마무리한 국정원 개혁위원회가 국정원 개혁의 제도적 완성을 위해 올해 안에 국정원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대공수사권 이관과 국정원 직무 범위의 구체화, 예산 집행의 투명성 제고, 내ㆍ외부 통제 강화, 위법한 명령에 대한 직원들의 거부권 활성화 등이 법안의 골자다. 개혁위는 “국정원이 국가안보에 전념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새 출발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검찰 조사에서 드러났듯이 이명박ㆍ박근혜 정부의 국정원은 헌법을 위반하고 민주주의를 후퇴시킨 문제집단이었다. 댓글 공작과 선거개입, 야당 탄압, 블랙리스트, 화이트리스트, 남북 정상회담 회의록 유출, 간첩조작 등 정권의 친위부대를 자처했다. 심지어 국가안보를 위해 쓰라고 준 특수활동비는 청와대에 갖다 바쳤다. 두 정권의 국정원장 세 명이 사법처리 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는 나락에 빠진 국정원의 현실을 보여 준다. 충직한 검사를 자살로 몰고 간 것도 결국은 국정원이 정권 통치기구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새 정부 들어 국정원은 국내 정치와의 단절을 공언하고 있다. 국내정보 수집 업무 전면 폐지와 조직 개편을 통해 의지의 일단을 보여 줬다. 하지만 언제 또다시 정권 수호의 첨병 노릇을 할지 알 수 없다. 이런 의심을 불식시키려면 국정원의 정치개입을 근절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속히 마련하는 수밖에 없다. 정권이 국정원을 충직한 손발로 활용하려는 마음을 아예 먹지 못하게 법으로 못 박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논란이 되는 대목은 대공수사권 이양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당시 “국정원의 대공수사권을 폐지하고 경찰에 안보수사국을 신설해 이관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국정원과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북한과 대치하고 있는 여건상 시기상조라며 맞서고 있다. 현재도 테러나 국제범죄 등에 대해선 국정원이 조사권만 갖고 정식 수사는 검찰과 경찰에서 진행하는 점을 감안하면 설득력이 떨어진다. 안보를 빌미로 국정원이 국내 정치에 개입해 온 폐해를 떠올리면 대공수사권 이관은 관철되지 않으면 안 된다.
권력의 쌈짓돈으로 사용돼 온 특수활동비 등 국정원 예산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도 시급하다. 지금처럼 형식적 통제만 받아서는 도덕적 해이를 피할 수 없다. 유명배우 합성 나체사진을 만든 혐의로 기소된 국정원 직원은 14일 재판에서 “상사의 지시를 거부하지 못했다”며 사과했다. 상관의 위법한 명령은 거부해도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해야만 국정원의 일탈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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