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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충재 칼럼] ‘문고리 권력’ 놔둘 건가

입력
2014.10.13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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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후 권력 인사 개입 암투설 무성

여권에서도 국정 농단 우려 커져

박 대통령, 비선 라인과 절연해야

최근 두 건의 인사가 청와대 ‘문고리 권력’ 의혹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통상 임기 2년인 기무사령관이 불과 11개월 만에 물러났다. 그도 다름아닌 박근혜 대통령의 동생인 박지만씨의 절친한 고교 동창이자 육사 동기다. GOP 총기 난사와 윤 일병 사망 사건 문책이라고 하나 소가 웃을 일이다. 군사령관 승진을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있지만 한직인 부사령관에서 대장으로 승진한 경우는 거의 없다. 그보다는 박씨와 문고리 권력과의 파워 게임의 결과라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의 경우는 더 황당하다. 국정원은 “기조실장이 정년을 넘어 사표를 제출했다”고 밝혔으나 청와대는 부인했다. 앞서 청와대는 기조실장에게 사표를 내라고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고리 권력이 그 자리에 다른 사람을 앉히려다 잡음이 일자 박 대통령이 화를 내 인사가 백지화됐다는 분석에 수긍이 간다.

권력의 크기는 최고 권력자와의 거리에 좌우된다. 대통령 방의 문고리를 누가 쥐고 있느냐가 절대적이다.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제1ㆍ2 부속비서관은 대통령을 만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다. 장관도 이들을 거치지 않고는 대통령을 만날 수 없다. 청와대 집사로 불리는 총무비서관은 청와대 안살림을 도맡고 부속비서관들은 대통령 일정과 독대ㆍ면담시간 등을 관장한다. 지금 이 자리에는 박 대통령이 국회에 입성한 후 15년 동안 보좌관으로 일해온 이재만, 정호성, 안봉근 등 이른바 ‘문고리 3인방’이 포진해있다. 가족과 같은 이들에게 쏟는 박 대통령의 믿음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박 대통령의 오랜 측근인 정윤회씨도 자주 구설에 오르고 있다. 박 대통령과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던 고 최태민 목사의 사위라는 인연으로 박 대통령이 정계에 입문한 뒤 비서실장 역할을 해왔다. 현재는 야인으로 지내고 있다지만 ‘그림자 권력’이니 ‘문고리 3인방의 배후’니 하는 말들이 여전히 나도는 것을 보면 진짜 야인 생활을 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이재만 비서관이 퇴근 때 인사서류를 보자기에 싸서 청와대 밖으로 나간 것이 목격됐는데 정씨에게 낙점을 받기 위해서였다”는 야권의 폭로가 있었고, 정씨 측이 박지만씨를 장기간 미행하다 들켜 암투가 벌어졌다는 언론 보도도 나왔다.

문고리 권력과 비선 라인의 인사 전횡에 대해 청와대는 “소설 같은 얘기”라며 일축한다. 하지만 여권 인사들에 의해 점차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박관용 새누리당 상임고문은 박 대통령의 원로자문 그룹인 ‘7인회’가 막후 권력으로 거론되자 “박 대통령이 내부적으로 가깝게 의논하는 사람들은 따로 있다”고 털어놨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소수 중간권력자들의 권력 독점에 비분강개를 느낀다”고 직격탄을 쐈다. 친박계 원조 격인 유승민 의원의 “청와대 얼라(어린아이)들이 외교 하느냐”는 비아냥 섞인 국감 발언에서도 비선 권력의 존재를 헤아릴 수 있다. 문고리 권력 중 한 명이 얼마 전 중국 베이징에서 북한 고위관계자와 비밀접촉을 가졌다는 소문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외교가에서는 이들이 핵심적인 외교안보 정책 결정 과정에도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대통령의 비선 권력 문제는 대개 정권의 힘이 빠지는 집권 후반기에 불거졌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에서는 막후 권력간의 알력과 균열이 훨씬 일찍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공조직이 무력화되고 국정시스템이 마비되고 있다는 징표다. 국민들은 비선 권력의 폐해를 생생히 봐왔다. 김영삼의 아들 김현철, 김대중의 세 아들, 노무현의 형 노건평, 이명박의 형 이상득 등이 이권과 인사에 개입하다 비참한 결과를 맞았다. 대통령 보좌진에서는 장학로, 홍인길, 이수동, 양길승, 최도술, 김희중 등이 그랬다.

박 대통령은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비선 라인을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인연에 얽매여 망설일수록 대통령의 레임덕은 빨라지기 마련이다. 문고리 3인방이 중국 후한 말에 권력을 잡아 조정을 농락한 10명의 환관 ‘십상시(十常侍)’에 비견되고 있음을 모르는가.

c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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