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계열사 통해 조성 정황 포착
관리인들 “배당과 급여” 설명 불구
액수 지나치게 많아 비자금 가능성
신격호 자금관리인 처제 집에서
금고서 빼낸 현금 30억 압수
오너 일가 금전출납자료도 확보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신격호(94) 총괄회장과 그의 차남인 신동빈(61) 회장이 매년 계열사들을 통해 300억원대의 수상한 자금을 조성한 정황을 포착했다. 검찰은 해당 자금의 규모가 워낙 크다는 점에서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마련한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그 출처를 추적하고 있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비서실의 비밀 금고 등에서 오너 일가의 자금 흐름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와 현금 30억원도 발견해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13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롯데그룹 수사팀은 전날 신 총괄회장 부자의 자금관리 담당 전무였던 이모씨 등 3명으로부터 “신 총괄회장은 매년 100여억원의 자금을, 신 회장은 200억원 정도를 각 계열사들로부터 받아 운영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검찰 조사를 받은 이씨 등 3명의 자금관리인은 해당 자금의 성격에 대해 “각 계열사의 임원으로서 받은 급여, 주주 자격으로 받은 배당금을 합한 돈”이라고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의 비자금일 개연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액수가 지나치게 많아 자금의 성격을 조사해 봐야 한다”며 “지난 10일 압수수색에서 회계자료를 확보했으니 분석해 보면 조만간 드러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검찰은 서울 목동 이씨의 처제 자택에서 신 총괄회장의 소유인 현금 30억여원과 서류 뭉치도 압수했다. 현금과 서류는 애초 신 총괄회장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34층 집무실 내 개인금고에 보관돼 있었으나, 지난해 신 회장 형제의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자 이씨가 금고에서 빼내 처제의 집에 별도로 보관하다 검찰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신 총괄회장 측의 증거 은닉 정황으로 판단하고 있다. 검찰은 또, 이씨의 진술을 통해 롯데호텔 33층 객실에 마련된 신 총괄회장 비서실의 비밀공간에서 오너 일가의 자금 입출금 내역이 담긴 금전출납자료와 통장 등도 확보했다. 10일 검찰의 압수수색에서 확보된 신동빈 회장의 영빈관 금고에서는 별 다른 단서가 나오지 않았다.
검찰은 ▦롯데쇼핑의 신 총괄회장의 토지 고가매입 ▦호텔롯데의 계열사 지분 헐값 매입 ▦롯데시네마 매점 사업 과정에서의 비자금 조성 의혹 ▦해외거래 과정에서의 비자금 조성 의혹 등도 살펴보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 전반과 관련해 롯데 오너 일가가 연루돼 있는지 확인 중”이라고 말했다.
김정우 기자 wookim@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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