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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인간적으로 애통… 대선 뽑을 사람 없어 답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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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인간적으로 애통… 대선 뽑을 사람 없어 답답”

입력
2017.03.15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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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기국, 시내 한복판 서문시장서

‘새누리당’ 입당 원서 접수 모습

“헌재가 지나치게 야박했다”

50대 이하는 허무감 휩싸이고

“대통령 탄핵은 당연한 일”

청년층은 정치권 아예 등 돌려

朴에 연민… 대선 표심은 방황…

한편선 “유승민 배신자” 목소리도

1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입구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주장에 동조하는 시민들의 새누리당 입당이 줄을 이었다. 자유한국당의 개명으로 주인이 없어진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을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이 확보해 당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14일 오후 대구 중구 서문시장 입구에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무효 주장에 동조하는 시민들의 새누리당 입당이 줄을 이었다. 자유한국당의 개명으로 주인이 없어진 새누리당이라는 당명을 박근혜를사랑하는모임(박사모)이 확보해 당의 부활을 도모하고 있다.

14일 오후 2시쯤 대구 중구 서문시장 입구에서는 대통령탄핵기각을위한국민총궐기운동본부(탄기국) 관계자들이 시민들에게 새누리당 입당 원서를 받고 있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만들고 자유한국당이 버린 그 새누리당을 탄기국이 넘겨받아 회생시키려는 몸부림의 현장이었다. 탄기국 관계자들은 16일 저녁 열리는 새누리당 대구시당 창당대회 홍보 유인물도 나눠주고 있었다. 유인물을 나눠주던 손용호(62ㆍ정보통신업)씨는 “헌정 질서를 어지럽힌 헌법재판소를 탄핵하기 위해 대구 민심의 총본산인 서문시장 앞에서 뜻을 모으고 있다”며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나 김진태 한국당 의원을 (대선후보로)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헌재가 박 전 대통령을 파면한 뒤 보수 진영의 전통적 근거지인 대구ㆍ경북(TK)의 민심은 방황하고 있다. ‘박근혜’라는 아이콘을 잃은 상실감이 분노로 표출되기도 하지만, 시민 다수는 마음 줄 곳을 찾지 못한 채 환멸감만 곱씹고 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연민과 보수에 대한 미련이 큰 고령 세대와 달리, 50대 이하는 허무감 속에 정치와 선거를 외면하는 분위기다.

11~12일 매일신문ㆍTBC가 여론조사업체 폴스미스리서치에 의뢰해 TK 지역 유권자 1,366명을 상대로 벌인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TK가 가장 지지하는 대선주자는 황 권한대행이었다. 응답자의 32.5%가 그를 꼽았다. 탄핵에는 51.4%가 동의하지 않는다면서도 63.1%가 탄핵 결과에 승복한다고 했다.

서문시장 상인들은 착잡한 심경을 숨기지 못했다. 박 전 대통령이 잘못한 게 사실이고 실망도 했지만 야권에 영합한 헌재가 그에게 지나치게 야박하지 않았냐는 것이다. 서문시장에서 40년가량 의류업을 해왔다는 김한덕(64)씨는 “결혼을 안 해 가족도 없는 박 대통령을 탄핵까지 했어야 하나 싶어 인간적으로 애통하다”며 “대선에 누굴 찍을지 결정할 마음이 들진 않지만 황 권한대행 정도면 여당 주자로 괜찮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김영오(64) 서문시장상가연합회장은 “뽑을 사람이 없어 답답하다고 하는 상인들이 많다”며 “TK 사람이 아닌 데다 탄탄대로를 걸어온 황 권한대행보다는 18일 서문시장에서 대선 출마 선언을 하는 홍준표 경남지사가 그나마 서민이 잘사는 경제를 만들어줄 수 있는 주자 아닌가 여기는 정서도 꽤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대구의 ‘명동’인 중구 동성로에서 만난 청년들은 아예 정치권으로부터 등을 돌린 분위기였다. 구여권이 잘못했지만 야권도 얼마나 낫겠냐는 냉소로 아예 무관심 지역에 머무는 이들이 많았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싸늘했다. 미술학원 강사인 이도은(25ㆍ가명)씨는 “무당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세금을 허투루 쓴 대통령이 탄핵된 건 당연하다”며 “그나마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가 나아 보이지만 관심이 크진 않다”고 말했다. 회사원 김성호(38ㆍ가명)씨는 “한 번은 이런 일(대통령 탄핵)이 있어야 법과 규정을 무시한 구태와 악습이 바뀔 수 있을 것 같다”며 “10년 가까운 여당 집권 기간 동안 경기가 엉망이 된 만큼 이번에는 야당이 정권을 잡는 게 좋을 것 같지만 지금 대선주자 중에는 찍을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배신감만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에 대한 반감도 깊었다. 택시 기사 박종하(61ㆍ가명)씨는 “10명을 태우면 8명은 문재인이 싫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정기 한국당 대구시당 조직팀장은 “유승민 의원의 경우 지역을 대표할 만한 차기 주자였는데 분당을 주도하면서 보수에 상처를 입히고 자신도 배신자라는 낙인을 얻고 말았다”고 말했다.

대구=글ㆍ사진 권경성 기자 ficciones@hankookilbo.com

*여론조사 관련 상세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nesdc.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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