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은행서 환전해 갔는데 위조지폐
은행측 "현지서 바꿔치기 당해" 불구
지점 통과한 위폐 본점서 발견 급증
中관광객이 들고 올 가능성도 커
은행들 감별능력 실태파악 필요
시중은행에서 환전해준 위안화가 위조지폐로 드러난 사례가 늘고 있어 시중은행의 위안화 위폐 관리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김모(42)씨는 지난 1월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출장을 갔다가 봉변을 당했다. 베이징 현지 음식점에서 사용한 위안화가 위폐로 적발됐기 때문이다. 김씨는 “위폐로 드러난 위안화는 넉 달 전인 지난해 9월 인천공항 3층에 있는 A은행 환전소에서 바꾼 뒤 고스란히 남겨뒀던 100위안짜리 40장 중 일부였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근 한국 식당을 찾아 수중에 있던 100위안화 30장을 위폐감별기에 돌려달라고 부탁해 이 중 16장이 위폐로 보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김씨는 귀국 후 인천공항의 해당 은행 환전소에 위폐 문제를 제기했으나 아무런 소득이 없었다. 환전한 지 4개월이 지난 탓에 환전할 때 받은 영수증이 없는 상태였고 은행 측도 ‘100만원 이하의 소액은 기록을 남기지 않고 환전하는 경우가 많아 기록이 없을 수 있다’는 답변만 내놓았다.
직장인 B씨 역시 비슷한 시기 김포공항 A은행 환전소에서 환전한 위안화가 현지 식당에서 위폐로 판명돼 봉변을 당했다. 그 역시 100위안짜리 지폐가 문제였다. C씨는 한국에서 환전해간 위안화로 택시비를 냈다가 위폐 문제로 택시기사와 시비가 붙어 싸움 직전까지 간 적이 있다. 환전 한번 잘못 했다가 타국에서 생명의 위협까지 느껴야 했던 셈이다.
해당 은행은 지점에서 외화를 바꿔줄 때 위폐감별기를 이용하기 때문에 환전 시 위폐가 섞일 가능성은 없다는 입장이다. 해당 은행 관계자는 “지점에서 외화를 파는 경우 일일이 위폐감별기를 돌려보기 때문에 위폐일 가능성은 거의 없다”며 “중국 등은 위폐가 워낙 많기 때문에 정상 외화를 환전 받은 고객이 외국 현지의 택시나 음식점에서 위폐로 ‘바꿔치기’를 당해 벌어진 일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은행의 일선 지점이 하는 위폐감별이 완벽하지는 않은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민 새누리당 의원이 27일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 받은 ‘외화 위폐 발견 경위’보고서에 따르면, 지점에서 발견되지 못한 외화 위폐를 사후에 본점 차원에서 추가로 발견하는 경우는 2011년 34장에 불과했지만 2012년 160장, 2013년 193장, 2014년 1,140장으로 급증했다.
보통 일선 지점에서는 창구 일반 직원이 외화를 위폐감별기에 넣고 돌려보는 작업만 한다. 반면 본점의 경우 따로 대응부서나 위폐감별센터를 두고 있다. 은행마다 다르지만 본점에서 사용하는 감별기는 대당 2억원가량으로 한국은행이 사용하는 것과 같은 모델의 정교한 제품이다. 하지만 지점은 대당 100만~200만원대 보급형 모델을 쓴다. 위안화 위폐 제조술이 점차 정교해져 지점 차원에선 감별되지 않는 위폐가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한 셈이다. 한 시중은행 위폐감별부서 관계자는 “은행마다 사용하는 감별기의 종류가 다르고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정확도의 차이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부 은행의 경우 지점에서 매입한 외화를 본점 차원의 위폐감별 없이 곧바로 되파는데 이 과정에서 위폐가 선의의 고객에게 흘러 들어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 사정에 따라 매입한 외화를 본점 위폐부서의 재확인을 거치지 않고 현장에서 고객에게 되파는 경우가 없지 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인은 600만명이 넘고 국내에서 위안화 사용도 자유롭다. 중국인 관광객 손에 위폐가 들려 들어올 개연성이 커진 만큼 금융당국의 적극적인 대처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현재 한국은행과 관세청, 경찰청,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등은 지난 2004년부터 매년 2회에 걸쳐 위폐방지실무위원회를 열어 위폐 유통방지를 위한 협조방안과 외화위폐 취급요령을 각 은행에 전파하고 있지만, 은행별로 제대로 된 위폐감별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등에 대한 실태파악은 이뤄진 적이 없다. 고계현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무총장은 “시중은행을 통한 위폐 유통은 금융시장의 신뢰가 걸린 중대한 사안인 만큼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이 적극적으로 시중은행의 위폐감별 실태를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현빈기자 hb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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