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의 선고에 따라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10일 오전 11시. 온 국민의 손에 땀을 쥐게 했던 이정미 헌재 소장 권한대행의 22분간의 선고문 낭독은 금융시장에도 극도의 긴장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는 이 대행의 말 한 마디, 한 마디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등락을 거듭했다.
10일 코스피는 전날보다 2.39포인트 내린 2,088.67로 개장했으나, 헌재의 선고문 낭독을 앞두고 장중 최저인 2,082.31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탄핵심판 선고 결과를 앞두고 각종 추측이 쏟아지면서 불확실성이 커져 지수가 방향성을 잡지 못했다.
후퇴하던 코스피는 10시40분쯤부터 오름세로 전환해 낭독이 시작되고 11시10분 정도까지는 거듭 상승세를 보였다. 하지만 이 대행이 탄핵사유를 언급하면서 사실관계를 설명한 후 “그러나 탄핵 사유로는 인정할 수 없다”고 결정짓는 세 번의 순간 동안 지수도 그에 따라 세 차례 하락을 거듭했다.
먼저 헌재는 첫 번째 탄핵사유로 대통령의 공무원 임명권 남용과 관련해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일어난 부당한 인사에 대해 언급했다. 이 대행은 “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문화체육관광부 제 1차관에게 지시해 1급 공무원 6명의 사직서를 제출 받아 그 중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된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피청구인(박근혜 전 대통령)이 최서원(최순실씨의 개명 후 이름)의 사익추구에 방해가 됐기 때문에 인사했다고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유진룡 문체부 전 장관의 면직 이유나 김기춘 전 실장이 6명의 1급 공무원으로부터 사직서를 제출 받도록 한 이유 역시 분명하지 않다”라고 결론지었다. 이 때 코스피는 순식간에 전일 대비 3.07포인트 떨어지며 2,087.99까지 하강했다.
대통령이 압력을 행사해 세계일보 사장을 해임한 건을 언급할 때도 코스피는 출렁였다. 헌재는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와 관련한 시비에 대해서도 “그러나 이 사건에 나타난 모든 증거를 종합하더라도 세계일보에 구체적으로 누가 압력을 행사했는지 분명하지 않고, 피청구인이 관여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는 없다”고 봤다.
코스피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대통령의 책임을 언급할 때도 하락세를 보였다. 이 대행은 “피청구인은 국가가 국민 생명과 신체의 안전 보호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도록 권한을 행사하고 직책을 수행해야 할 의무를 부담한다”면서도 “그러나 국민 생명이 위협 재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해서 피청구인이 직접 구조활동에 참여해야 하는 등 구체적이고 특정한 행위 의무까지 바로 발생한다고 보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사고는 참혹하기 그지 없으나 참사 당일 피청구인이 직책을 성실히 수행했는지 여부는 탄핵 절차 심판 절차 판단 대상 되지 않는다”는 언급이 나오자 코스피는 또 다시 하락세를 보였다.
줄곧 하락세를 거듭하던 코스피는 헌재가 피청구인의 최서원에 대한 국정개입 허용과 권한남용에 대한 판결을 시작하면서 반등세로 돌아섰다. 대통령 파면사유를 구체화한 11시22분에는 장중 최고가인 2,102.05를 찍기도 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탄핵인용으로 조기 대선과 함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향후 금융시장 안정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날보다 6.29포인트 오른 2,097.35에 장을 마쳤고, 코스닥지수는 전날보다 6.13포인트(1.01%) 오른 612.26에 마감했다.
김진주 기자 pearlkim7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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